금호동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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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consola] 쪽지 캡슐

2002-05-01 ㅣ No.8312

오랫만입니다.

 

날이 아주 좋습니다. 비 갠 후 따뜻한 봄바람. 게다가 오늘은 노동절입니다.

 

거리를 걷다가 문득 오늘이 오월의 첫날이며 메이데이라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학생이나 교수는 분명 노동자가 아니기에... 대학은 오늘도 문을 여는가 봅니다. 학생들이 지각하지 않으려고 바삐 움직이는 사이로 몸을 비집고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출근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정장차림의 회사원도 있고, 아주머니들도 어디론가 일터로 나가시는 것 같아보이기도 합니다. 노동자들이 자기네가 노동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하였다는 말을 결연하게 하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저역시 수고로운 노동으로 먹고사는 사람이지만, 뭐, 오늘이라고 해서 별 특별한 의식이 돋아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빨간날이 하루 더 있어서 좋다...뭐 이정도의 의식이라면...푸헐.

 

지하철 안에서, 이 푸르른 날에, 오늘 하루 쉬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과, 그런 분들이 주변에 참 많다는 생각에 조금 마음아팠습니다.

 

실은 작년 이맘때가 생각나서 몇 자 적고 싶었습니다.

성서통독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큰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좀 바쁘게 일을 벌이고 다니는 편이라, 같이 모이는 사람들에게 세심하게 마음써주지 못한점도 많고, 수요일 오후시간 말고 다른 요일에 창세기나 출애굽 모임을 하나 더 꾸릴 수도 있으련만, 일주일에 두 번 시간을 낸다는게 저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 아직 연수생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도 마음에 차지 않고,  한편으론, 어쩔수 없는 일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다음이나 프리챌에 따로 카페나 홈피를 마련하지 않고(이건 저의 게으름때문이기도 합니다), 간헐적으로 여기 만인이 다 보는 게시판에 저의 사사로운 일상과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옳으나 그르냐에 대해서는 제 속에서 찬반양론이 갑론을박하면서 싸우는 가운데, 저널리즘의 선두에 선 기자도 아닌 것이,,,역시 기쁜 것이나 슬픈것이나, 우리안에 사랑이 있을때는, 드러내어 놓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최근 읽다가 마음에 들었던 구절. 소개합니다.

 

<전능하신 분의 화살이 몸에 박혀

나의 영혼은 그 독을 마시고 있는데

하느님의 두려움이 나를 휘몰아치는구나(욥6:4)>

 

하느님의 사랑은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지만, 그만큼 치명적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치명적인 것 하면 떠오르는것, 독, 아니면 무기.러셀웨펀 이라는 영화도 있지 않습니까. 독화살을 맞은 듯이, 빠져나갈 구멍도 없고 난감합니다.

 

나 역시 난감합니다. 길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일년이 흘렀습니다. 같이 모임을 시작했던 사람들, 왔다가 그냥 가버린 사람들, 새로 들어온 사람들,,,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한 분, 한 분 다 생각납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역시 다사로운 주님사랑 많이 느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성서모임 1년 된 것을 축하하고 기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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