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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랑' 교황의 위대한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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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5-04-05 ㅣ No.63


[중앙일보 한홍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재위 27년간 제시한 모든 가르침과 행동은 한마디로 ''인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관심은 종교적 차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삶의 터전인 세상을 향해 있었다. 그는 인간생활의 세속적 차원이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가 빛을 밝혀주어야 할 바로 그 현실이라고 보았다. 그리스도인은 현세 생활로부터 도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현실에 적극 참여해 인간생활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인간의 참된 존엄성을 토대로 하여 인권.정의.평화.발전과 같은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인권 중 가장 기본적 권리인 생명권을 수호하며 낙태.안락사.사형제도를 분명하게 반대하고 종교의 자유, 노동자의 권리,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사랑, 경제적 정의 등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전쟁을 윤리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상황을 극히 제한하면서, 걸프전이나 이라크전을 정당한 전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자유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체제라고 비판했다. 자유자본주의는 사람을 이윤체계에 예속시키는가 하면 노동에서의 소외현상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주의는 소외를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생활필수품의 부족과 경제적 비능률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자유로운 노동.기업, 그리고 참여의 사회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윤리적 상대주의를 비판하면서 민주주의를 우상화하여 도덕성의 대체물로 만들거나, 또는 비도덕성의 만병통치약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발전을 물질적 차원에서 정신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인간생활의 모든 차원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면서, 현재의 발전은 진정한 인간 진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현대의 세계 경제는, 말하자면 부유한 잔치를 벌이는 부자와 불쌍한 라자로의 성서 비유의 현장이다. 국제 경제기구들은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 상황들을 치유할 능력도 없으려니와 현재 시급히 제기되는 문제에 도덕적으로 대응할 능력도 없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구들은 직.간접으로 선진국들에 의해 조종되는 것으로 그 기능 자체가 그들의 이익을 도모하며, 결국은 저개발국들의 경제를 질식시키거나 좌우하기에 이른다.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들은 배타적 이윤 욕구와 권력에의 갈망으로 빚어지고 있는 현대 세계의 죄의 구조에 근본적으로 기인한다고 그는 보았다. 따라서 그는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사회 구조의 개혁이 시급히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도덕적인 회개가 진정한 구조개혁의 선행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회개의 사회적 차원이 곧 연대성이다. 연대성은 공동선에 투신하겠다는 강력하고 항속적인 결의다. 그는 이 연대성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보았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반대 받는 표적이 되기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고 인간을 수호하는 일에 과감하게 앞장서서 행동하는 교황이었다. 이러한 그의 행동이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가 붕괴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이로써 세계사의 흐름을 밑바닥부터 바꿔놓았다는 것은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증언하고 있다.

그는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더욱 인간다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가톨릭교회는 선의를 지닌 모든 사람과 대화하고 협력해야 하며, 그리하여 인류에 새로운 희망의 징표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 자신 희망의 증인으로서의 삶을 산 위대한 교황이었다.

한홍순 한국외국어대 교수.교황청 평신도 평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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