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풍 맞은 것처럼-7월 2일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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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준 [praxis] 쪽지 캡슐

2009-07-03 ㅣ No.9816

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생명평화미사 소식
2009년 7월 2일 | 기도회 18일째 | 참사 164일째

 

7월 2일, 하루종일 오락가락 하던 비도 용산참사 현장에서 봉헌된 생명평화미사 시간엔 그쳤습니다.

많은 수녀님과 신자분들의 기도의 힘으로 생명평화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공동집전 신부님

■ 부산교구
- 유영일, 김준한(주례, 강론), 서유승, 이재섭, 김태균 

■ 서울교구
- 전종훈, 나승구, 이강서

■ 수원교구
- 강정근, 유희석 

■ 의정부교구
- 맹제영

■ 전주교구
- 문정현. 송년홍

■ 예수회
- 박문수 

 

풍 맞은 것처럼

 

용산 7월 2일 생명평화미사 강론

 

부산교구 예림성당 김준한 신부

 

저는 경상도하고도 밀양에서 온 신부입니다. 밀양이라는 동네의 사람들은 참으로 순박한 사람이지만 그 말투는 거칠게 들립니다. 하루는 제 동생 신부가 밀양에 놀러왔다가 술을 한 잔 먹을 경우가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참으로 화기애애하고 사랑 가득한 친교의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가 끝나고 나서 제 동생이 들려준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자기는 사람들이 싸우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마치 권하는 안주를 먹지 않으면 젓가락으로 찌를 것 같았고, 주는 잔을 받아먹지 않으면 잔을 던져 버릴 것만 같았다고 합니다. 살벌하고 거칠게만 느껴지는 경상도의 정서를 온 몸으로 느낀 자리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그 거침이 속마음까지도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6월 15일 시국선언을 하고 본당에서 '민주주의의 실현과 생명평화미사'를 드리면서 오늘과 내일 용산 천막을 지키기 위해 다녀온다고 하니 우리 할매 몇 분이 "우짜꼬, 거기서 5명이 죽었다카던데. 아무튼 신부님 몸조심하고 잘 댕기오이소."라고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아무 말도 없었지만 나이 드신 우리 할매들은 용산 사건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젊은 사람이야 자신에 일에 몰두하여 다른 사람의 사정을 살필 여유도 마음도 없지만, 우리 할매들은 오랜 세월 세파를 겪으며 익힌 자연스러운 감각으로 용산사건을 '이심전심'으로 이해하였던 것입니다.

 

이심전심, 바로 그것이 오늘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 모았다고 생각합니다. 사는 곳은 서로 떨어져 있고, 이 용산 사건으로 내 삶의 자리 그곳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심전심'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중풍병자 한 분을 치유해주십니다. 중풍이라는 병이 무엇입니까?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까? 중풍은 몸의 한 구석, 뇌의 어느 혈관에서 비롯되었지만 결국 온몸에 영향을 미치고 맙니다. 그래서 우리는 중풍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막힌 혈관 그곳을 치유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은 내가 살기 위해, 내가 행복하기 위해, 내가 기쁘기 위해 막힌 혈관인 이 용산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경우 내 몸이 뒤틀리고, 몸의 한 쪽이 마비되었는데도 그것을 방치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용산문제는 우리 나라 전체가 중풍으로 힘겹게 허덕이고 있다는 하나의 상징인 것입니다. '풍 맞은 것처럼' 비틀거리는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 우리는 이 곳 용산에서 끝까지 함께 하겠지만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곳으로 돌아가서도 이 사실을 알리고,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증거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계신 모든 사람이 끝까지 투쟁하여 이 용산을 살리고 우리도 살려 풍 맞은 우리 나라를 치유하는 기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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