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사랑의 편지가 아닌 슬픔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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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규 [maple3] 쪽지 캡슐

2000-02-04 ㅣ No.1143

 친애하는 추기경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인천에 사는 곽성규(클레멘스)라고 합니다. 추기경님께는 처음 글을 남기는 것입니다.혹시 잘못된 점이 있어도 부디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남긴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추기경님께 부탁드릴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서울교구장을 그만두시고 휴식을 즐기시는 분에게 이런 무거운 말을 해야할 수 없을것같아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개선이 않되더라도 추기경님께서 이 일을 아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우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위해서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그것을 이곳에 옮겨놓겠습니다.

 

 

 [ 안녕하십니까? 친구의 권유로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느낌은요? ’정말 좋습니다.’라고 말하면 저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런지.

 

 사실은 많은 분들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을 했는데요 오늘 학교에서 후배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글을 올리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저는 동국대학교를 이번에 졸업합니다. 학교 다닐 때는 많은 대학생들이 그렇듯이 저도 동아리활동을 했지요. 제가 속한 동아리는 ’가톨릭 학생회’입니다. 저희 학교 가톨릭학생회에 대해서 아십니까? 불교 학교에도 그런것이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으시겠지만 저희 학교 가생(가톨릭 학생회의 줄임말)은 68년에 만들어졌을만큼 역사가 오래되었지요. 중간에 몇년 동안 중단된 적도 있었지만 졸업한 선배들이 가생이 계속 이어지는 것에 놀랄정도로 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에서 가생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지요. 저희가 무엇을 하건 관여하지는 않지만 동아리로 등록을 할 수도 없고 따라서 동아리방도 없으며 학교 안에서는 매주 하는 집회를 제외한 어떤 활동도 ’가생’이름을 내걸고는 할 수 없습니다.

 

 몇 번이나 인준을 받으려고 노력을 했지요. 하지만 학교에서 하는 말은 ’그러면 가톨릭학교로 갈것이지 왜 우리 학교에 왔느냐?’ 또는 ’가톨릭대학교나 연세대 이화여대 숭실대...등등의 대학에 불교학생회가 있는것 봤느냐?’하는 말로 인정을 해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누구에게 이야기도 못하고 저희들만의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 뽑힌 회장이 98학번 여학생인데 그 친구가 오늘 아마 가생이라니까 학교에 있는 누군가가 이상한 태도로 대했나봅니다. 그것 때문에 상처를 많이받은것같아요. 저는 이제 졸업하니까 더이상 어려운 문제에 직접적으로 대면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남아있는 후배들이 저희가 겪어왔던 어려움을 이어갈것을 생각하니 편하지가 않군요. 추기경님께 편지를 써 볼 생각도 했지만 노년기를 편하게 지내고계시는 분에게 걱정거리를 드리는것같아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어떻게하면 좋지요? 그냥 지금처럼 지내야하나요? 아니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줘야할까요?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싶습니다. 부디 작은 방법이라도 좋으니 저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제가 남긴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저는 학교를 무척 사랑합니다. 그리고 불교라는 종교도 무척 좋아해서 성서를 읽는것만큼이나 불교에 관한 서적을 사서 읽기도 합니다. 다른 학교보다도 저희 학교 사람들은 제가 느끼기에 너무도 다정하고 친절합니다. 제가 학교에 대해 모르는 것을 물어볼때면 마치 자신의 일인것처럼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지요. 하지만 동아리 인준에 대한것만큼은 너무도 단호합니다. 마치 사찰에서 미사를 드리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생각을 하지요. 저희는 단지 동아리로 인정을 받아서 언제라도 자유롭게 하느님께 기도드릴 수만 있으면 되는데말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이 일이 너무 민감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실 일이지만 지금의 저희로서는 어떻게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추기경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하지요? 길을 가르쳐주세요.

 

 ’설’인데 너무 어두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것같아 죄송합니다. 저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께 동아리와 추기경님을 위해 기도드리겠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구요. 부디 오래도록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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