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세 가지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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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8-01-08 ㅣ No.555

어떤 사람이 몹시 흥분해서 소크라테스에게 달려왔다. "소크라테스, 내 말 좀 들어보게, 아 글쎄 자네 친구가..." 그러자 소크라테스 는 갑자기 그 말을 중단시키며 말했다. "아 잠깐, 자네 말하기 전에 그 말할 것을 세 가지 체에 걸러봐야 하네." "세 가지 체라니?"

그 사람이 놀라 물었다. "그래 이 사람아, 먼저 '진실'이라는 체야. 자네가 말하려는 것이 모두 진실인지 확인해보았나?"

"아니...난 그저 소문을 듣고..." "

좋아. 그럼 두 번째 체는 '선'(善)'이라네. 자네가 내게 말하려는 얘기가 적어도 들어서 좋은 얘기인가?" 

"아냐, 그 반대야.""그럼, 세 번째 체에 걸러보세.

세 번째 채는 '필요'라네. 그 얘기가 꼭 필요한 얘기인가?" "글쎄 꼭 필요하다고는 볼 수가 없지만...."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그래, 자네가 나에게 얘기하려고 한 그것이 사실인지도 확실치 않고, 좋은 얘기도 아니고, 꼭 필요한 얘기도 아니라면 그냥 묻어두게나. 그러면 적어도 그 말이 자네와 나를 성가시게 하지는 않을 걸세." (생활성서,07년 12월, 42쪽 참조)

우리는 말로써 상처를 입고, 또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속에 있는 느낌과 생각을 참지 않고 쏟아버리는 세태에서는 상처가 더 많고 더 큽니다. '자유', '오픈', '솔직'이라는 미명하에 내 말이 듣는 사람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마구 뱉어놓는다면, 이것은  거의 '배설'이고 공해입니다. 외적인 환경의 오염도 피해가 크지만, 이런 말의 배설로 인한 인간 내면의 오염은 더욱더 피해가 큽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무례하고 거친 말이 난무해서 우리 마음에 분노와 증오의 씨앗을 마구 뿌려댑니다. 평소에 하는 말의 반을 줄인다면 말로 인한 상처도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면서 예의를 갖추고, 남을 배려하는 말을  한다면, 상처는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것이 문제지요. 말하기에 앞서 잠시 멈추어서 세 가지 체로 걸러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좀 더 좋은 방법은 하루를 시작할 때 조용한 시간을 갖으면서 말을 적게 하겠다고 결심하고, 하루를 마치면서 다시  조용한 시간을 갖으면서 하루 동안 한 말에 대해 반성해보는 것입니다. 하루 하루 그렇게 하다보면 시간이 가면서 많이 나아질 것입니다.

훈련과 수련 없이는 혀를 다스리기 어렵습니다. 예수님은 나자렛에서 30년간 묵묵히 일상의 삶을 사신 다음에 비로소 입을 떼어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30년 간 침묵하시고 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그분 말씀에는 힘이 있었는지도모릅니다. 올 한 해, 많이 침묵하고 적게 말하자는 결심을 세우고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침묵의 시간을 가져보시지 않겠습니까?

천주교 신자분들은, 성체 앞에서 침묵의 시간을 보내시기를 권고해드립니다. 주일 미사 전이나 후에, 좀 더 부지런하다면, 주 중에 두 세번만이라도 성당을 찾아 반 시간 정도 성체 앞에서 침묵으로 머물러 보십시요.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히 자신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이 침묵하고, 적게 말하기!!!(글/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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