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늘 우리곁에 계실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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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원 [mmsyang] 쪽지 캡슐

2009-03-06 ㅣ No.1118

늘 우리 곁에 계실줄 알았습니다.
입원하시고 위험한 고비를 넘기셨다는
뉴스를 들을 때에도 그러시구나 그렇게 무관심했습니다.
제가 대학 때 세례를 받고 추기경님의 강론을 듣기
훨씬 전 어려서부터 추기경님은 그냥 항상 계시는 분이었습니다
추기경님께 견진을 받을 때 그때 벌써 많이 여위셨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늘 계실 줄 알았습니다.
 
추기경님이 가시고 난 후에도
저희곁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왜 더 가까이 추기경님을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됩니다.
제 친구가 아주 오래전에 젊은 시절에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끝내고 나오시는 추기경님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해달라고 했었지요.
저는 그럴 용기를 내보지 못했었습니다.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그냥 저도 모르게 찾아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먼 발치에서 추기경님을 뵈었지요.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추기경님을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작은 임무에 버거움을 느낄 때
한국 천주교라는 무거운 십자가를 메고 계셨던 추기경님의 어깨는 얼마나
무거웠을까 생각해봅니다.
보수와 진보, 부자와 가난한자들을 다 껴안으셔야했던
추기경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무거운 짐을 지시고도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 추기경님을 생각하면
제가 진 가벼운 십자가에 힘들어하는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평화방송에서 추기경님을 모습을 뵙고 또 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그냥 추기경님의 책을 주문했지요.
성당에서 가져온 추기경님의 온화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집과 직장의 책상에 놓았습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화로와집니다.
 
그래서 추기경님을 보낸 서운함과 슬픔만큼
추기경님이 남기신 말씀과 미소와 삶을 새롭게 접하면서
행복합니다.
 
자신의 작은 과오아닌 과오를 고백하시는
추기경님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깜깜한 우주 속에 혼자 떠다니는 것같은 절대적 고독을
겪으셨으다는 말씀을 읽었습니다. 그러시면서도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씀과 인자하신 웃음을 남기고 떠나신 추기경님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추기경님을 기억하는 것으로, 추기경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것으로
제 영혼이 맑아집니다.
 
2월 16일은 제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기일입니다.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맑아진다고 했던
고 문익환 목사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이제 2월 16일에 윤동주 시인과 함께 추기경님을 기리게 되었습니다.
한점 부끄럼없이 살고자 했던 윤동주 시인과
한 점 부끄러움을 고백하시는 그 겸허한 모습으로 저희를 감동시키신
추기경님을 생각하면서 살고자 합니다.
 
감동이 없고 경쟁과 독단만이 지배하는 시대에 감동을 주신 추기경님
말이 무성한 시대에 겸손한 행동을 보여주신 추기경님,
제안에 부끄러운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게 해주신 추기경님
감사합니다.
 
주님 곁에서 평안히 영원한 안식을 누리십시오.
추기경님은 저희의 마음 속에서도 영원히 머무르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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