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23/09/30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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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9-15 ㅣ No.5526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23/09/30 토요일

 

예로니모 성인은 340년 무렵 크로아티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일찍부터 로마에서 라틴 말과 그리스 말을 깊이 공부한 뒤 정부의 관리로도 일하였으나, 수도 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사막에서 오랫동안 은수 생활을 하며 히브리 말을 연구하는 데 몰두하였습니다. 사제가 된 그는 다마소 1세 교황의 비서로 일하면서 교황의 지시에 따라 성경을 라틴 말로 번역하였습니다. ‘대중 라틴 말 성경이라고 하는 불가타’(Vulgata)입니다. 또한 성경 주해서를 비롯한 많은 신학 저술을 남겼습니다. 420년 무렵 선종한 예로니모 성인은 암브로시오 성인, 그레고리오 성인,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함께 서방 교회의 4대 교부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의 종교신심 관점에서 볼 때, ‘기도하면 연상되는 장면은 정한수 한 대접 떠놓고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아낙네의 모습이나, 절에 가서 부처님 앞에서 삼천배를 하고 있는 불자들의 모습이나, 촛불 하나 켜 놓고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는 신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사회에서 겸손하게 자기를 비우는 모습보다는 자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홍보가 우선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교회 내에서도 착하고 올곧게 정직하게 살면서, 사회복지시설이나 주위의 어려운 이들에게 봉사하는 모습보다는 성당에 다니는 신자들끼리의 친교가 중시되고, 자기가 가진 것에서 하나를 내놓고 나누기보다, 하나 더 덤으로 생기면 그걸 나눌 생각으로 미루거나, 종교행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현실에 접목하기보다, 종교행사 자체를 더 중시하고 더 화려하고 거창하게 치루는 모습이 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루카 9,44) 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요즘 자식들에게 권하고 있는 직업이나 역할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어떤 사람을 모델로 삼고 살도록 요청하게 됩니까? 비유가 적절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평민에서 왕세자비가 된 다이아나처럼 신데렐라와 같이 신분상승을 이룬 여인상입니까? 마더 데레사처럼 이 시대의 어려운 이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봉사활동을 한 성녀입니까?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처럼 성공신화를 이룬 남성상입니까? 유태인 수용소에서 자식을 가진 사형수를 대신해서 자기 목숨을 바친 막시 밀리안 꼴베 신부님과 같은 인물입니까?

 

우리가 어떤 주 예수님의 상을 간직하고 있고, 또 그래서 다음 세대에 어떤 신앙을 유산으로 넘겨주고 있는지, 사뭇 성찰하게 되고, 너를 살리기 위해 나를 죽이신 주 예수님을 바라보게 합니다. 모두가 신부 수녀가 되고, 모두가 선교사나 성인 성녀가 될 수 없고, 모두 다 소방관이나 사회복지사가 될 수는 없지만, 각자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더 어려운 이를 헤아리고 관심을 기울이며 돌보고 함께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신앙인의 제 꼴과 자리를 찾아가기로 합시다. 일 년이 다 지나도록 자기 힘든 모습을 드러내며, 누구 하나 어려운 이들에게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이 한가위 연휴를 준비하며 어렵고 외로운 이들을 찾아내 배려하고 돌보기로 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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