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화

2005년 12월 18일 세나뚜스 월례회의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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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뚜스 [senatus] 쪽지 캡슐

2005-12-23 ㅣ No.24

훈화

(세나뚜스 월례회의-2005년 12월 18일) 윤병길 세례자요한 지도신부 

 

 

찬미 예수님,

요즘 각 본당에서는 한창 판공성사로 분주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많은 신자들이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며 자신이 살아온 한해를 돌이켜보고 반성하며 죄를 고백합니다. 사실 인생을 살면서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바쁜 일정으로 정신없이 지낼 때가 참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오느새 한달 또 한 해가 흘러 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더군다나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이고,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 있게 지내면 능력이 없다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듯이 보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먼저 대답을 드린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면 우리는 일 중독자내지 일에 파묻혀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 일을 하는지 목적을 물어본다면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까요? 목적을 상실한 채 일에만 매달리는 것은 우리의 영성생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의 동양화의 여백과도 같은 시간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멋진 화폭에 담겨있는 여백은 마음의 여유를 줍니다. 이런한 여백의 미가 우리를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또한 자기 자신에게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줍니다. 이것이 요즘에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들입니다.

자신에 대한 성찰은 바로 이런 시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세상 걱정에 시달리던 우리의 영혼이 하느님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잘못했던 일들, 실수들을 기억해 내고 아픈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잔잔한 물위에 자신을 비추어볼 수 있듯이 하느님 안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은혜로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부족했던 자신의 삶을 하느님 대전에 겸손되이 봉헌하며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는 성탄이 되시길 바랍니다.


어둠 속에서 촛불이 자신을 태우며 주위를 밝히듯이 여러분의 마음 속에 타오르는 주님의 빛이 여러분을 어루만지시고 밝혀주시길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 독서 : 반성 (준주성범 2권 5장)

 

1. 우리는 우리 자신을 너무 믿지 못한다. 이는 그런 은총도 없고 알아듣는 점이 흔히 부족한 까닭이다. 우리는 좀 알아듣는다 해도 경솔하기 때문에 그것조차 잃는 수가 있다. 우리는 자주 소경처럼 안으로 보지 못하면서 그런지도 모르고 지낸다. 우리는 자주 과실을 범하고 또 그보다 더한 것은 그런 과실을 핑계하려 함이다. 어떤 때는 욕심이 움직여서 하고도 이를 선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남의 작은 잘못을 탓하면서도 우리의 큰 과실은 넘겨버린다. 우리는 남이 우리를 괴롭히면 곧 충동적으로 그 경중을 재보지만 남이 우리 때문에 고통당하는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아니한다. 자기가 하는 일을 잘 판정 할 줄 아는 사람은 남을 가혹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리라.


2. 내적 생활을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신을 다스리는 데 힘쓰고, 또 자신을 삼가 살피면 남의 장단을 말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된다. 네가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고 너 자신만 살피기 전에는 내적 신심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다. 네가 네 사정과 하느님만을 보살피게 되면 밖의 일에 그리 요동되지 않을 것이다. 너를 떠나서 너는 어디서 살려하느냐. 네 자신의 일은 제쳐놓고 이것저것 다 참견해 보아라. 네게 무슨 이익이 있는가. 참다운 평화를 얻고 완전히 화합되려면 너는 모든 것을 제쳐놓고 너 자신만 눈앞에 세워놓고 나아가야 한다.


3. 네가 덕에 잘 나아가려면 이 세상 모든 걱정을 물리쳐 자유스러워져야 한다. 이 세상 것을 무엇이나 중히 보면 크게 후회하리라. 하느님 이외에는, 또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외에는, 큰 것도 없고, 높은 것도 없고, 유쾌한 것도 없고, 네 마음에 드는 것도 없음을 알라.

조물에서 찾는 즐거움은 그 어느 것이나 헛되다는 것을 생각하라. 하느님을 사랑하는 영혼은 하느님과 관계되지 아니하는 모든 것을 천히 본다. 모든 것을 채워주시는 영원하고 무량하신 하느님만이 영혼을 위안시키시고 마음에 참다운 즐거움을 주시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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