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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패왕]우리 교사회있을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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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leedy71] 쪽지 캡슐

2000-01-26 ㅣ No.1554

이 글은

 

교사회에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몸담고 싶어하는 사람들만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정샘이 올린 글을 보면서

 

음...마자마자 나도 그런 부러움 가진적이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98년이던가

 

교사캠프 얼루갈까 얘기하던 날

 

먹고싶은것도 많고 하고싶은것도 많던 홀떡샘이 그랬다.

 

강남에 있는 모모본당은 해외로 간다던데...라고

 

난 그들이 사치스럽다고 느끼면서도 당연지사 부러워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그건 사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부러워했던 마음조차도.

 

우린(어쩌면 나만...) 왜 교사활동의 보상을 그런데서 찾으려 했는지...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던 우리들(또 어쩌면 나만...)이었는데.

 

그 보상이 무언지는 느그들은 알거야~ 모름 말구~

 

사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았지.

 

그냥 성당에 계속 머물기만을.

 

함께 어울린 그들과 또 한번 어울릴 수 있기를.

 

매주 찾던 그곳을 이제 다시금 매주 찾을 수 있기를.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기도’라는게 다시 내 생활의 한 부분이 되기를.

 

그래서 결국 먼발치에서 바라보곤 하던 그분을 다시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우린 단지 그런 것만을 바랬을 뿐인데.

 

교사회활동을 하면서...

 

우린 우리가 바랬던 것보다 너무 많을 걸 얻고야 말았지.

 

우릴 선생님이라 불러주며 따르던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부르던 ’교사의 노래’와

 

아이들 가르쳐준다고 열심히 배우면서 우리가 신나했던 온갖 율동과

 

학생들위한답시고 하면서 오히려 내 자신이 정화되곤 하던 9일기도와

 

고생고생하면서 준비했으면서도 막상 떠나면 즐겁고 뿌듯한 캠프,피정들.

 

아무도 없어도 푸근하던, 사람이 있으면 더 따뜻하던 우리 회합실.

 

웃고 노래부르고 술마시고 짜증내고 다투고 다시 웃으면서 만나던 우리우리

 

교사들.

 

난 그런것들에 대한 기대는 조금도 하지 않았는데.

 

난 단지 성당에 조금더 가까이에서 조금더 오래 머물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교사회 그만두던날.

 

무지 울었지. 그 눈물의 의미를 너희들은 알았을거야.

 

내가 받은것들에 대해 너무 감사했고 그것들과의 이별이 너무 아쉬워서.

 

이제 떠나면 다시는 이런 소중한 것들 만나기 힘들거라는 두려움때문에.

 

난 마냥 울었지.

 

에구....쓰다보니 글이 너무 감상적이 되 버렸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늘 하던 말이야.

 

’있을때 잘해’

 

그리고, 내가 지금 교사활동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예산 1억과 친절하고 재미있고 착한 지도신부님중에서 뭘 고를래? 하고 물으면.

 

대답은 뻔하지 뭐.

 

니들은 복받은 거야. 있을때 잘해.

 

강호에 떨어진 의리고 나발이고... 한때 교사회에 있다가 지금은 사막에서 방황하는 이도패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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