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레지오

2006년 7월호 [내 인생의 레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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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마리애 [legio] 쪽지 캡슐

2006-07-03 ㅣ No.59

 나를 변하게 한 레지오


ꡒ지극히 거룩하신 성령이시여! 저 윤봉옥 요셉은 오늘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등록되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ꡓ

1999년 4월 6일 저녁 원주교구 주교좌 원동성당 증거자의 모후 Pr. 주회합 시 레지오 단기(벡실리움)를 손에 쥐고 선서를 함으로써 레지오 마리애 행동단원으로 입단하게 되었다.

선서를 하기 일주일 전에 부단장으로부터 다음 주에 선서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고 하루 전에 목욕과 이발을 한 후 레지오 선서문 읽는 연습을 여러 번 하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는 등 준비를 하느라고 했는데도 당일 등줄기와 이마에 진땀이 날 정도로 긴장한 가운데 선서를 한 기억이 새롭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레지오 마리애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였고 크게 관심도 두지 않았었다. 1965년 여름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성당에 첫발을 디딘 후 1967년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에 세례성사를 받고 다음해에 견진성사를 받았으며, 1972년 1월 원주교구에서 실시하는 군종 1차 꾸르실료 교육을 받는 등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다고는 하였으나 직업 성격상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지는 못하였다.

퇴직을 하고 잠시 쉬고 있을 때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형제님의 권유로 1999년 1월에 레지오 회합에 참석하게 되었고 3개월 동안의 수련기간을 거쳐 선서를 하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해서, 성당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던 터여서 사람 사귀기 위한 욕심도 있었으나 여러 형태의 봉사활동과 정기적이고 규칙적인 회합에 임할수록 레지오 마리애 활동에 빠져들게 되었고 신앙생활의 보람을 조금씩 더 느끼게 되었다.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한 기간이 길다고는 할 수 없으나 나는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했다. 신앙생활을 나 개인생활의 한 방편으로 생각하고 나 위주의 편리한 방식에 따라 남에게 보이기 위해 지금껏 해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의 기회를 갖게 해준 것도 레지오 마리애 입단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여러 동료단원과 함께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고, 단장으로부터 배당받은 활동과 나름대로 봉사활동 한 것들을 보고하고 토의하는 회합 분위기가 매우 가슴 설레게 하였고 신앙생활의 참맛을 알게 해주었다.

여태껏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성심을 다하여 기도하고 체계적인 육체적 봉사활동을 한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정말로 신앙생활의 큰 전환점을 맞는 것 같았으며 새로이 신앙생활을 시작한다는 설레임까지 있었다. 그전에는 주일이나 성당행사가 있는 날에도 사적인 약속이 우선이었고 또한 육체적 봉사에는 의식적으로 애써 외면한 적이 많았으나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주일이나 성당행사, 레지오 주회합 등이 최우선 순위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을 돌보고, 불우가정에 도시락배달, 환자방문,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연도 및 장례 참여, 입교권면 및 냉담교우 방문, 자연보호활동 등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지금은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ꡐ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여 정말로 많이 변화 되었구나ꡑ하고 흐뭇한 마음이 되곤 한다.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크신 사랑과 보살핌을 입은 적이 있다. 2005년 9월에 나와 아내, 큰딸 이렇게 세 식구가 영동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는데, 5중 추돌로 인하여 폐차시킬 정도의 큰 사고였다. 그런데 나는 가슴 부위 흉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으며 아내와 딸은 크게 다치지 않고 여러 곳 타박상만 입었던 것이다. 정말로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우리 세 식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라 생각되었다. 이 일로 늦게나마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하느님 말씀에 맛들여가는 우리 가족을 어여삐 여기시어 크나큰 은총을 베풀어 주신 것으로 생각되어 더욱더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 마리애의 충실한 단원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하게 되었다.

레지오 선서를 하자마자 ꡐ레지오 마리애는 순명정신이 투철해야 한다ꡑ면서 간부 결원이 생길 때마다 간부직을 맡기는 바람에 Pr. 회계․서기․단장직을 수행하였고, 동료단원들의 추천으로 2002년 2월에 교구평의회인 레지아 부단장으로 선출되었고, 2003년 5월 4일에는 레지아 단장으로 선출되었다. 입단 초기부터 간부직을 계속 수행하다보니, 덕분에 공인교본과 관리운영지침서 내용을 거의 암기하다시피 하였고 서울 세나뚜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게시판의 문답 내용을 세밀히 분석하여 나 자신부터 무장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교구평의회 단장 재임기간 중에는 단원 및 간부들의 소양 향상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였고 교구 레지오 마리애 도입 50주년 기념 신앙대회 개최와 50년사 발간, 그리고 단원들의 신앙체험 수기집을 발간한 것 등이 기억에 남는다. 단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여러 평의회 간부님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장석윤 비오 지도신부님의 격려와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외람되지만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적으려 한다.

프랭크 더프의 레지오 마리애 창설정신이 무엇인지, 왜 이 같은 레지오 마리애라는 단체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그 배경과 정신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Pr. 주회합이 사교화 내지는 친목회 형태로 변질되고 활동의 질이 현저히 떨어져 레지오 단원이 아니더라도 평소 가볍게 할 수 있는 쉬운 활동에 치우치고 있으며, 단원을 무분별하게 입단시킴으로써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간부들의 사명감 결여,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라는 것을 액세서리로 치부하고 레지오 본연의 임무 수행보다 얼굴 알리기 좋은 행사에 더 신경 쓰는 단원과 간부들이 생각 외로 많다는 점, 또한 공인교본에 명시된 규칙과 규율을 부정하고 거부하려는 행위 등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실로 매우 염려스럽다

나는 이제 평단원으로서 우리 레지오 마리애가 교회에서 요구되고 하느님 사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우리 사도의 모후 Pr. 단장님의 지시에 순명하고 동료단원들과 함께 열심히 기도하고 선교하고 봉사하는 성모님의 충실한 군사로서 신앙생활을 하는 한 계속 레지오 마리애에 몸담고 활동할 것이다.

ꡒ은총이 가득하신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바른 길로 인도하여 주소서. 아멘.ꡓ

_윤봉옥(원주교구 평신도 사도직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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