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나눔 - 행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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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연 [aldus119] 쪽지 캡슐

2005-09-19 ㅣ No.473

 

제1독서: 요엘 2,22-24.26ㄱ.

제2독서: 묵시 14,13-16.

복음: 루가 12,15-21.

 

나눔 - 행복의 길

 

  오래 전에 어느 군종 신부님이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군대에서 장기근무를 하던 하사관들이 제대를 할 때가 되면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군대에 오래 있다 보면 단순해져서 복잡한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고, 그러다보니 퇴직금 갖고 사업을 하다가 경험 부족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경제 동향에 비교적 밝은 편이었던 그 신부님은 신자 하사관 두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조언을 해주었고, 그들은 모두 사업에 성공을 거두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부자가 되고나니 두 가정 모두 남편이 한눈을 팔고 결국에는 가정 파탄이 나더랍니다.

 

  재물이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재산을 지니면 타락하기 쉽습니다. ‘재물은 거름과 같아서 쌓아두면 악취를 풍기지만 골고루 뿌려놓으면 모두를 풍요롭게 한다’는 말을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재물은 모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나눌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나눌 줄 모르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부자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됩니다.

 

  그 부자는 자기 밭에서 큰 소출을 거두게 되었는데, 쌓아 둘 곳이 없자 창고를 크게 짓고서 몇 년 동안 걱정 없이 실컷 먹고 마시며 즐기자고 다짐을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날 밤에 부자는 죽을 운명이었고, 그래서 그가 모은 많은 재산도 결국은 다른 사람들 차지가 됩니다. 예수님은 이 부자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인색한 사람”이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 인색한 사람이란, 마음의 중심을 하느님이 아니라 재물에 두고, 재물이 행복과 생명을 보장해줄 것처럼 여기면서 나눌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오늘의 독서 말씀은 하느님께 인색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우리를 각성시켜 줍니다. 제1독서는 풍성한 수확은 철에 맞게 비를 내려주신 하느님 덕분이라고 감사드립니다. 논밭의 소출만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해서 벌은 재물도 실상은 하느님의 도우심 덕분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이 모든 재화의 주인이시고, 우리는 그 재화의 관리자일 뿐입니다. 관리인은 주인의 뜻에 충실해야 하는데, 주인은 사랑의 나눔을 원합니다. 제2독서에서는 세상 마지막 날에 있을 심판에 대해 언급합니다. 인간은 모두 예외 없이 죽을 인생이고, 하느님 앞에서 자신이 살아온 바에 대해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얼마나 많이 모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사랑의 나눔을 실천했느냐를 물으실 것입니다(마태 25,35-36). 이런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탐욕을 제어하면서 나눔의 길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누어 본 사람은 압니다. 움켜쥐기 보다는 나눌 때가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을,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더 기쁘다는 것을 말입니다.

 

   추석 명절에는 가족끼리 모여서 풍성한 수확을 주신 하느님과 조상의 은덕에 감사드리면서 먹고 마실 것을 서로 나눕니다. 많이 감사하고, 많이 나누면서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세파에 시달려 각지고 어두워진 마음이 보름달처럼 둥글고 환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날 때에는 각자 마음 속에 환한 보름달 하나씩 품고 삶의 현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탐욕에도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사람이 제아무리 부요하다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루가 12,15) /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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