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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개발'논리의 말장난(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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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환 [kcerina] 쪽지 캡슐

2001-05-31 ㅣ No.357

포럼>`새만금 개발`논리의 말장난

                                                      <이주향 수원대교수 ·철학>  

 

 

새만금에 가면 초라한 성당과 초라한 법당이 나란히 서 있다. 촌스럽고 변변치못한 컨테이너 건물이다. 하지만 거기에 들어서면 엄숙해지고 따뜻해진다. 그 성당에 들어서면 영혼이 있을 거라고 믿게 된다. 그 법당에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분명히 느낀다.

 

그 성당은 문귀현 신부가 천주님께 기도하는 성당이고, 그 법당은 수경스님이 부처님을 모신 곳이다. 새만금을 살려달라고. 종교가 다른 그이들이 본 것은 ‘모든 생명은 하나’라는 하나의 진리다.

 

새만금에서 만났던 문귀현 신부와 수경 스님을 나는 며칠전 신문에서 만났다. 세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한번씩 큰 절을 하며 시위를 하는 그이들의 등판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하느님, 새만금 갯벌을 살려주세요, 부처님 새만금 갯벌을 살려주세요.

 

새만금을 살려달라고 간곡하게 머리숙인 문귀현 신부와 수경스님을 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울컥거렸다. 그래, 보존하는 게 아니라 살려주는 것이다. 새만금은 물질이 아니라 생명이므로. 바다의 자궁이고 서해안의 어머니이므로.

 

새만금 갯벌 개발 확정…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이름도 예쁜 새만금 갯벌을 잃는다.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세계적인 갯벌을 지도에서 지워버린다. 바다의 자궁을 난도질한다. 바다생명의 원천인 갯벌을 없애면서 환경친화적인 간척을 하겠다는 말은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말대로 “아름다운 살인”처럼 말장난이다.

 

서해안 최대의 뻘 새만금, 세계 5대갯벌 중의 하나. 그 세계적인 갯벌을 메워 뭘하나. 2만8300ha의 농지와 새만금호가 조성된단다. 2만8300ha의 농지, 농림부가 주장한다. 국민 150만명이 1년동안 먹을 수 있는 14만t의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거라고.

 

지금 우리 국민이 굶고 있는가. 만일 농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우리 모두 굶고 있는데 땅이라고는 새만금밖에 없다면, 그렇다면 그 땅을 얻기 위해 무지막지한 돈을 들이는 것이 용인될 것이다. 당장 쌀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농지가 새만금밖에 없는 것도 아니다. 실례로 우리 정부는 매년 1만5000ha 이상의 농지를 다른 용도의 토지로 변경해주고 있다. 매년 1만5000ha의 농지를 다른 용도로 용도변경해주면서 농지가 부족하다고 새만금 농지를 위해 무진장한 돈을 쓰자고 계획하는 건 돈을 쓰기위한 계획 이상일 수 있을까.

 

그리고 엄청나게 큰 새만금호. 새만금호같은 큰 호수는 그 자체가 중요한 환경이다. 그런데 그 물이 부영양화로 냄새가 나고 그 속에서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그런 물이라면. 그래도 농업용수로 쓸 수 있는데 어떠냐고 할까. 더구나 비현실적인 모든 규제들을 다 지켜야만 그나마 농업용수를 만족하는 그런 정책을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농림부가 깜찍하다. 새만금호를 조성해서 관광으로 돈을 벌어들이겠다고. 글쎄, 더럽고 냄새나는 호수를 보기위해 누가 돈을 주고 관광을 올까.

 

시화호를 건설하는데 1조원이 들었는데, 시화호는 분명히 실패한 정책이었다. 그런데 실패한 정책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법이 정책결정자나 정책집행자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으니까 일을 추진할 때는 예산을 따내느라 여념이 없고 그 후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니 국민의 혈세는 눈먼 돈이 된다. 내 돈이라면 실패가 보이고 함정이 보이는 곳에 그렇게 쓰자고 할 수 있을까.

 

환경 보호라는 차원에서 정말 해서는 안되는 거라고, 가장 좋은 환경보호는 환경을 그대로 두는 거라고 하는 것이 중요한 여론인데도 환경친화적으로 해낼 자신이 있다고 과욕을 부리는 사람들의 입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 선진국처럼 ‘납세자 소송법’을 만들어놓고 시작하라.

 

시화호처럼 실패한 정책으로 드러날 경우 대통령, 국무총리, 농림부 장관, 해양수산부장관, 환경부 장관, 청와대관련자, 전북도지사 등, 기타 관련된 공무원들을 포함해서 개발로의 정책결정에 참여한 모든 공직자들의 재산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는 납세자 소송법을 입법토록 하자. 납세자 소송법을 제정해도, ‘새만금’을 강행하려는 공직자가 있을지.

 

최근 갤럽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6%가 개발 반대였다. 새만금 사랑을 끝낼 수 없는 사람들의 새만금 간척 반대운동은 어쩌면 지금부터일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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