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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합니다"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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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5-04-04 ㅣ No.48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울지 말고 우리 함께 기쁘게 기도합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임종 직전 비서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구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황은 곧이어 '아멘'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신자들이  모여 있는 창문 쪽을 바라보며 숨을 거뒀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교황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수많은 고통에 시달렸다. 1981년 5월 13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암살을 시도한 터키 무장괴한에게 복부와 손을 피격당한 이후 수많은 병마와 싸워야 했던 것.

    총격에 의한 상처로 입원한 것은 물론 계단에서 넘어져 오른쪽 어깨가 탈구되기도 했고, 독감, 장질환, 충수염 등으로 미사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1996년부터 파킨슨씨 병을 앓아온 교황은 선종(善終) 직전까지 요로 감염에  따른 패혈성 쇼크까지 얻었는데, 이는 건강한 사람도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수장 등 자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안고 있는 데다  현대 들어 요구되는 지성인이자 정치인, 세계의 정신적 지도자 노릇까지 해야 했는데,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교황이 생전 정신적으로도 그리 행복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황은 무엇이, 왜 행복했다는걸까. 이에 대해 국내 천주교 사제와 평신도 등은 각자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최성우 신부는 "교황의 마지막 말씀에는 삶을 충실하게,  후회없이 살다간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가뿐한 느낌이 느껴진다"며 "일반인들은 죽기 전 아쉬움이 남아 여운을 남기기 마련인데, 교황의 임종사는 천상병 시인이 세상을 뜨기 전 남긴 '귀천'이라는 시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천주교 우리신학연구소 박영대 소장은 교황이 말한 행복을  성서의  마태오복음 또는 루가복음에 소개되는 '행복선언'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영대 소장은 "성서에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등 구절이 있다"면서 "교황이 말하는 행복도 이와 같은 일종의 역설적 의미"라고 주장했다.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최홍준 사무총장은 "교황은 마지막까지  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으셨는데, 아마도 이를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의 고통을 이겨내고 부활해 마침내 행복에 이르렀던 것과 같은 과정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셨던 것  같다"며 "교황의 말씀에는 '고통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예수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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