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화

2005년 8월 28일 세나뚜스 월례회의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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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뚜스 [senatus] 쪽지 캡슐

2005-09-04 ㅣ No.17

지난 8월 28일에 있었던 세나뚜스 월례회의의 지도신부님 훈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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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오늘의 영적독서는 지난 7월에 이어지는 ‘내적행동거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세상 안에 살면서 그리스도의 복음전파를 사명으로 삼고 살아가는 레지오 단원들이 겪게 되는 영적인 갈등과 삶의 고뇌 속에서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가끔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혼란스러움이 생길 때 올바른 이정표를 가르쳐주는 말씀이 무엇인지를 듣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날 때 묵묵히 땀을 흘리며 50주년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간부들과 단원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그리 쉽거나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요, 내 일처럼 사명감을 가졌기에 우리는 지난 8월 17일에 있었던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도입 50주년을 성대하고 의미있게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레지오 도입 50주년을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하려고 많은 정성과 기도로 함께 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여러분과 함께 7개월여 동안 준비하였던 과정과 의미를 함께 묵상하며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작년 9월에 세나뚜스 지도신부로 부임하고 12월 역대 세나뚜스 단장님들과의 만남을 가지면서 올해가 서울대교구의 레지오 도입 50주년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2003년 광주에서 한국 레지오 도입 5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하였던 것을 떠올리며 ‘과연 서울대교구에서도 기념행사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런 논의 속에서 어떻게 보면 역사의 한 장으로 남게 되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준비하자’는 의견이 모아져서 준비위원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서 어떻게 행사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을 것이라는 것만 어림짐작을 할 뿐이었습니다. 

4개월 정도 매주 회의를 거듭하면서 점점 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전체 레지오 단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날씨가 변수가 될 수 있으니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타교구의 행사에 몇 번 참석하여 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견학하기도 했습니다. ‘모르면 배운다’는 것이 저희에게는 큰 용기가 되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회의를 해도 진척되는 것이 적을 때면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도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간혹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결과에만 매달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결과는 과정이 없이 생길 수 없는 것이죠. 우리는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신앙대회라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즐기자고 했습니다. 결과는 하느님께 맡길 뿐, 신앙대회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이를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계기로 삼자는 데 의견을 모았던 것입니다.

또한 사람은 자기가 맡은 일만을 보려 하는 경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는데 이런 모습 속에서 좀더 생각을 크게 갖고 넓게 봐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분적인 일 때문에 전체적인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때로는 부분적인 아픔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하지만 그 부분을 잊으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땀방울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좀더 편안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우리의 마음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이기적인 마음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좀더 잘해보고자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때그때마다 영적인 식별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과연 하느님께서도 지금의 선택을 원하고 계실까? 그리고 이 선택이 레지오 단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일까? 도움이 될까?

그때마다 함께 기도하는 레지오 단원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그날의 흐름을 돌이켜 봅니다.

새벽부터 준비하는 사람들이 체육관에 도착합니다. 어떤 사람은 중계방송을 준비하고, 어떤 사람은 내빈들과 봉사자에게 드릴 도시락을 챙기고, 행사요원들이 갈아입을 옷을 준비합니다. 정해진 시간이 다가오고 각각 자기가 맡은 역할을 머릿속에 숙지하고 행동합니다. 함께 준비하고 함께 땀을 흘리며 많은 사람들이 일치감을 느낍니다. 바로 ‘내가 레지오 단원이라는 것’을.....

제1부는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어머니...

뗏세라의 입장과 제구 입장, 평의회 단기의 입장을 통해서 일치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2부는 우리와 함께 계시는 어머니...

우리의 삶 안에서 느끼는 성모님의 일생이 가장행렬을 통해 표현되는 것을 보면서 영적인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3부는 교회와 함께 계시는 어머니...

영적인 쇄신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제4부는 성체께로 인도하시는 어머니...

경축미사를 통하여 교구장님을 모시고 그동안 교회 안에서 레지오의 역할을 돌아보고 앞으로 해야 할 사명에 대해서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이번 기념행사를 통하여 우리의 현실을 알게 되었고,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50주년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시작하는 새로운 50년이 주님 안에서, 성모님과 함께, 한마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와 찬미를 하느님께 드립니다. 아멘.

 

 


영적독서 : 내적 행동거지b.(준주성범 2권 1장)

5. 그리스도께서도 세상에 계실 때 역시 사람들에게 많은 천대를 받으셨고, 매우 궁핍한 지경에서도, 많은 곤욕 중에 계실 때에도, 친척들과 친우들에게 버림을 받으셨다. 그리스도는 괴로움을 받으시고 천대를 받고자 하셨거늘, 너는 어찌 감히 무슨 일이 좀 있다고 원망하랴! 그리스도께도 반항하는 자와 비방하는 자들이 있었거늘, 네게는 모든 사람이 다 동무와 은인이 되기를 바라느냐? 네게 조금도 거슬리는 것이 없다면, 무엇으로 네 인내가 화관을 얻겠느냐? 만일 아무 거슬림도 받지 않으려 하면, 어찌 그리스도의 벗이 되겠느냐? 만일 그리스도와 함께 다스리려 하면 그리스도와 함께, 또 그리스도를 위하여 고통을 참아라.

6. 한 번이라도 예수의 품 속에 들어가 그의 타는 사랑을 조금 맛보았을 것 같으면, 자기의 편리와 불편을 상관치 않고 이미 받은 치욕으로 즐거워하리니, 예수의 사랑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경천히 여기게 하기 때문이다. 예수와 진리를 사랑하는 자, 참으로 내적 생활을 하는 자, 모든 절제 없는 감정에서 해방된 자는, 자유로이 하느님께로 향하고, 정신적으로 자리 위로 올라 평화스러이 쉬게 되리라.

7. 남의 평판과 평가를 따르지 않고 본래 있는 그대로 판단하는 이는 명석한 이이니, 사람에게 배웠다기보다 하느님께 배운 이이다. 안으로 닦고 바깥 일을 천히 여기는 이는 신심적 수업을 행함에 곳을 가리거나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영신적인 사람은 자기 정신을 쉬이 집중시키니, 이는 언제든지 제 정신을 온전히 바깥일에 흩어 놓는 때가 없기 때문이다. 바깥일이나 시간상 긴요한 사무라 할지라도 그에게 장애가 되지 않음은, 일이 닥치는 대로 자기를 그 일에 순응시키는 까닭이다. 자기 마음을 잘 배치하고 정돈한 이는 남의 탄복할 행위와 망측한 소행을 살피지 않는다. 사람이 무슨 일에 관심을 가지면, 갖는 그만큼 장애와 분심이 된다.

8. 네가 참으로 착하고 정결했으면, 모든 것이 네게 선이 되고 진보가 되리라. 그러나 너는 아직 너 자신을 완전히 극복하지도 못하고, 또 모든 속사를 떠나지도 못하였으므로 많은 것이 불만스럽고 또 가끔 마음이 산란케 되는 것이다. 속사에 대한 순결치 않은 애착심처럼, 사람의 마음을 더럽히고 어지럽히는 것은 다시 없다. 네가 만일 바깥 위로를 버린다면 천상 사정에 맛들이고 마음의 즐거움을 자주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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