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화

2005년 7월 31일 세나뚜스 월례회의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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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뚜스 [senatus] 쪽지 캡슐

2005-08-06 ㅣ No.15

 

세나뚜스 월례회의 훈화 10.(2005.7.31)

영적독서 : 내적 행동거지a.(준주성범 2권 1장)

 

<훈화>

찬미예수님,

우리의 옛말에 “주객이 전도된다” 또는 “배보다 배꼽이 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어떤 일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에 자기가 하는 일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자기의 욕심에 빠져 버리는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본래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하며 늘 초심의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서울대교구의 레지오가 도입된 지 50년이 되었습니다. 이번 신앙대회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5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 펼쳐질 세상에서 과연 레지오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요즘의 세상흐름은 우리에게 그리 밝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본당 공동체 안에서 점점 냉담자의 숫자가 늘고 있으며, 열심히 봉사하던 레지오 단원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봉사하기보다는 봉사를 받고 싶어합니다.

참으로 미래가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요즘의 세상에서 과연 우리 레지오 단원은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어떤 신부님께서는 오늘의 현실을 ‘위기의 시대’라고 말하면서 위기(危機)라는 말은 위험과 기회라고 하십니다. 위험과 기회.....

이 말은 우리 삶의 갈림길에서 맞이하는 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지금의 이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되돌아보면 우리 교회의 역사 안에도 많은 위험과 기회는 함께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500여년 전에 로마에서는 이민족의 침입으로 인해 교회의 심장부까지 멸망당할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북쪽의 게르만족들이 쳐들어와서 건물을 파괴하고 약탈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 차례에 걸친 침략과 자연 재해로 굶주리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교황님은 그레고리오 마뉴스였습니다. 그레고리오 교황님은 이 상황을 헤쳐나가고자 세속의 권력자인 동로마 제국 황제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게르만족을 내쫓을 수 있는 군사력의 도움을 청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고 계속되는 침략의 위험 속에서 교황님은 마침내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그리하여 교황님께서는 침략자들과 협상을 벌이면서 한편으로는 교회의 개혁을 시작하셨습니다. 교회의 사목자인 사제와 주교에게는 영적 쇄신을 강조하였고, 사회적 개혁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교회는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당시의 많은 수도자들이 교황님의 명을 받아 게르만족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였던 것입니다. 유럽의 곳곳에 수도자들을 파견하여 복음을 전파함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졌던 교회를 더 풍요롭게 확장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프랑스, 독일, 영국, 아일랜드 등의 지역이 바로 이때에 복음화 되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교황님의 이러한 개혁과 쇄신은 복음정신을 그 근본으로 하였고, 교황님 자신이 철저하게 삶으로 실천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또한 교황님께 순명하며 파견되었던 수도자들의 역할도 대단히 컸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교구내의 모든 레지오 단원들에게 호소합니다. 레지오의 정신으로 무장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들의 사명을 기억하십시오.

점점 세속화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정말로 복음을 선포하는 레지오 단원으로서 살고자 한다면 먼저 레지오 정신으로 무장하십시오.

올바른 정신이 없다면 올바른 활동은 불가능합니다.

정신이 살아있지 못하다면 겉으로 보이는 단체나 조직은 무의미합니다.

레지오의 정신은 성모님의 정신입니다.

복음적인 삶을 가장 모범적으로 사신 성모님이야말로 우리 삶의 원형이요, 우리가 따라야 할 길입니다.

교회의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노력 속에 항상 성모님의 도우심과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실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서울대교구 레지오단원이 굳건한 믿음과 희망을 갖고 주님의 은총 안에서 성모님의 군대로서 영적으로 재무장하여 쇄신의 발걸음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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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주성범 본문)

1.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루가 17, 21)고 주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께로 향하고 이 가련한 세상을 끊어라. 그러면 네 영혼이 고요할 것이다. 바깥 사물을 가벼이 보고, 안의 일에 주의를 다하는 공부를 하라. 그러면 하느님이 나라가 네 안에 이르는 것을 보리라. 하느님의 나라는 성령을 통해서 누리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이니(로마서 14, 17), 이는 악한 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네 안에 마땅한 자리를 준비하여 놓으면, 그리스도께서 너를 위로해 주시면서 네게 임하시리라. 그 모든 영광과 모든 아름다움은 안으로 있고 또 그 안에 있는 것으로써 스스로 즐거워하신다. 그는 내적 생활을 하는 사람을 자주 찾으시며, 그와 더불어 유쾌히 담화하시고, 기쁜 위로를 주시며, 평화를 가득히 내려 주시고, 놀라운 우정을 표시해 주신다.


2. 그러니 충실한 영혼아, 이 그리운 정배 예수를 위하여 네 마음을 꾸며라. 그가 네게 와서 네 안에 거처할 만큼 하라. 그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나의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겠고 아버지와 나는 그를 찾아가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 23)고 말씀하신다. 그러니 다만 그리스도께 자리를 드리고, 다른 모든 것이 들어오기를 허락지 말아라. 네가 그리스도를 가지면 부요하고 만족하리라. 그는 너를 돌보아 주실 것이요, 모든 일에 성실히 간섭하시어, 사람의 도움을 바랄 필요가 없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급히 변하고 빨리 힘을 잃으나, 그리스도는 변함이 없이 영원히 그대로 계시고, 끝까지 내 옆에 굳이 서 계실 것이다.


3. 어떤 사람이 네게 유익하고 사랑스러울지라도, 그도 역시 약하고 또한 죽을 인생이니, 과도히 의뢰할 바 못되며, 또 간혹 너를 거스르고 네게 반대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가지고 과히 걱정할 것도 없다. 오늘 너와 같이 있던 사람이 내일은 갈릴 수도 있고, 또 그와 반대로도 될 수 있으니, 사람은 바람과 같이 변하기를 잘 한다. 너는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라. 하느님은 네 두려움도 되고 네 사랑도 되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은 너를 대신하여 대답하실 것이요, 더 낫다고 생각하시는 바를 잘해 주실 것이다. “이 땅위에는 우리가 차지할 영원한 도성이 없습니다.”(히브리 13, 14) 그리고 어느 곳에 있든지 너는 타국 사람이요, 나그네다. 그리스도와 친밀히 결합해 있기 전에는 한 번도 안정을 얻지 못할 것이다.


4. 여기서 무엇을 두루 살펴보느냐? 이 곳은 네가 편안히 살 곳이 못된다. 네 처소는 하늘에 있어야 할 것이요, 세상의 모든 것은 지나가면서 볼 것이다. 만물은 다 지나간다. 너는 또한 그들과 더불어 지나간다. 그러니 너는 무엇에 애착하여 잡힐까, 망할까 주의하라. 네 생각은 지존하신 하느님께 있어야 할 것이요, 그리고 그침 없이 그리스도께 간구하는 말씀을 올려라. 고상한 문제와 천상 것을 고찰할 수 없거든,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그 오상에 즐겨 거처하라. 예수의 상처로 피하고 예수의 보배로운 오상으로 신심을 다하여 피하면, 고통 중에 많은 격려가 될 것이요, 남들이 경천히 본다고 그리 문제삼지 아니하고, 훼방하는 말을 들을지라도 잘 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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