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교회음악

가톨릭 성가 284번: 무궁무진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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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9-18 ㅣ No.2252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84번 “무궁무진세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베 마리아’의 작곡자 샤를르 구노는 1846년부터 2년간 파리 외방 전교회 신학교에서 수학하였습니다. 신학교를 마치고 선교사가 되었다면 조선 선교사로 파견되어 우리 교회사에 이름이 올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선교사가 아닌 음악의 거장이 되어 음악을 통해 조선을 노래하였고, 순교자들에게서 받은 감동을 성가에 담아 전해 주었습니다.

서울대교구 최승룡 신부님이 입수해 온 샤를르 구노 작곡 ‘순교자 찬가 악보집’은 한국 천주교회사뿐만 아니라 문화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으며, 유럽 특히 프랑스에까지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신심과 현양운동이 얼마나 보급되어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사료입니다. 또한 ‘순교자 찬가 악보집’을 반입해 옴으로써 구노가 한국 순교자들을 위해 지은 이 곡의 원가사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교회 가톨릭 성가에 수록된 ‘무궁무진세에’의 가사는 작자 미상의 한국 순교복자 찬미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못갖춘마디로 시작하는 세도막 형식 A(a+a’)+B(b+c)+C(d+e)에 후렴구를 붙인 ‘무궁무진세에’는 6/8박자 라장조 곡이며, Moderato maestoso(모데라토 마에스토소, 보통 빠르기로 장엄하게)로 부르는 곡입니다. 외국인이 작곡했으나 2마디씩 엮어 굿거리장단으로 노래 부를 수 있고, 6박자의 리듬을 충분히 살려 한국적인 맛을 흠뻑 표현할 수 있는 곡입니다. 비록 순교의 아픔이지만 그 아픔을 오히려 승화시켜, 1절에서 노래하듯 성인들의 탄신일을 축하하며 흥겹고 기쁘게 환희의 소식을 전할 수 있겠습니다.

‘순교’는 모든 압박과 박해를 물리치고 자기가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 순교의 원형을 보여주셨으며 사도들과 그 이후의 많은 순교자들이 모두 피의 순교, 즉 ‘홍색 순교’를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홍색 순교의 시대가 가고 지금처럼 종교의 자유가 마음대로 허락되는 시대에는 자기의 재산과 물질을 나누는 ‘녹색 순교’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에고(ego, 자아)를 죽이고 희생과 고통을 감수하며 실천하는 ‘백색 순교’를 해야 합니다.

오늘의 시간 안에서 나는 순교의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매 순간 이기적인 삶으로 십자가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지, 오늘 하루 우리는 녹색 순교와 백색 순교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기도하고 그 실천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 뵈어야 할 것입니다.

[길잡이, 2015년 9월호, 김우선 마리 휠리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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