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추기경님께 쓰는 두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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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웅 [fullofjoy] 쪽지 캡슐

2008-08-22 ㅣ No.7872

안녕하세요. 추기경님.
인천의 모 본당에 다니는  박선웅 요셉이라고 합니다. 혹시 추기경님도 이 게시판에 오시는지... 그래서 제 첫번째 편지를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또 두 번째 편지를 올립니다. 사실 어떻게 해야만 추기경님께서 제 글을 보실 수 있는지 그 방법도 저는 모릅니다.
 
저는 신앙선조분들로 부터 이어온, 대대로 가톨릭집안인 외가 덕분에 어머니로부터 수태되었을 때부터 성당을 다녔고,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는 존경하는 김수환 추기경님으로부터 견진성사도 받았습니다. 지금 36년 동안 단 한 순간도 가톨릭교회를 떠나 본 적이 없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저에게 있어 제2의 가정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창시절에 이르기까지 주일이건 방학때이건 늘 성당 근처에 살면서 성당에서 놀기도 하고 성당에서 친구를 만나고 성당에서 여러가지 활동도 하면서 그렇게 오늘날까지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톨릭교회에 대하여 너무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어디서든 당당히 가톨릭신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요즘 저는 운전을 주로 하는 일에 종사하는데, 오늘은 핸들을 잡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경향신문을 사서 보는데, 너무나 제 상식으로 받아드릴 수 없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기사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정종훈 신부님에 대한 강제적 안식년 명령.... 그리고 함세웅 신부님의 인사발령.
촛불민주항쟁의 불씨를 지폈다는 이유로....
 
제가 알고 있는 한국천주교회는 이런 종교가 아니었습니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어릴적 5공 시절 광주민주항쟁이 모든 언론과 국민들이 빨갱이 폭도의 짓이라 모함하고 있을 때 조차도 제 고향 성당의 신부님으로부터 광주민주화쟁의 진실을 전해들었고, 또 실제로 광주항쟁에 어느 신부님도 함께하셨다는 내용을 알게 되면서 한국천주교회에 대한 신뢰는 가히 저의 정신적 지주 그 자체와 동일시되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제 머리속엔 [한국천주교회] = [진실] =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깨끗한 교회] = [역사적 고비 고비마다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교회] = [내가 정말 사랑하는 교회]라는 등식이 성립되었습니다.
 
추기경님, 추기경님은 오늘 저의 한국천주교회에 대한 그러한 등식을 하루아침에 허물어버리셨습니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한국천주교회... 그런 교회가... 제 뒤퉁수를 크게 후려치는 듯한 배신감과 충격... 아! 어떻게 표현해야 제 감정이 올바로 전해질 수 있을까요!! 정말이지 이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내가 36년간 알고 있던 천주교와 너무나 다른 모습의 기사를 접하고... 마치 36살이 되도록 간난아이때부터 이적지까지 사랑으로 저를 길러온 "엄마"가 하루아침에 냉정한 표정으로 저를 버리고 돌아서는 것같은... 그런 심정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실까요?
 
핸들을 잡고 있으면서 내내 왜 왜 왜 왜일까!!!를 외쳐댔습니다.
추기경님과 주교단도 친일파의 후손일까!
한국천주교회도 권력에 약점을 잡혔을까!
한국천주교회도 권력으로부터 더러운 돈을 지원받았을까!
아니면, 추기경님과 주교단분들도 조중동에 세뇌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겠지요? 그런거 아니겠지요?
 
추기경님께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보수가 뭔지 진보다 뭔지도 모릅니다. 저는 우파가 뭔지 좌파가 뭔지도 모릅니다. 허나 분명히 아는 것은 촛불항쟁은 옳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그것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항쟁은 보수 진보의 문제도 아니고, 좌파와 우파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저 옳고 그름의 문제입니다. 진실과 거짓의 문제입니다. 기득권층의 권력 유지를 위해 서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문제입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은 결코 정치적인 일에 나서신 적이 없습니다. 다만, 피흘리고 쓰러져가고 탄압받는 민중의 삶에 나서신 것 뿐입니다.
 
추기경님과 보수파 주교단은 빛을 어둠속에 가두려 하십니다.  보수파 주교단님들은 오로지 트리엔트공의회주의에 사로잡혀 제2차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짓밟고 계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결코 당신이 세울 교회와 민중의 삶을 따로 떼어놓지 않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로마로부터 탄압받는 민족의 후손으로 오셨고 진정 그들의 삶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시며 가슴아파 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민족들의 율법은 곧 정치였습니다. 예수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안위보다 율법을 더 중히 여기는 세태를 꼬집으셨고 그러한 바리사이파들을 단죄하시기도 하셨습니다. 바리사이파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정치적 간섭과 다름없음이었습니다. 허나 예수님의 그것은 정치적 권력을 얻고자가 아니었고 다만 그 정치적 현실이 민중의 삶에 직접적이며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기에 예수님께서 나서셨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들이 무엇을 얻고자가 아니라 부당한 공권력에 탄압받고 민주주의가 뿌리채 흔들리는 치명적 기로에 서 있었기에 가엾은 민중에 대한 연민... 바로 그것 때문에 사제단신부님들이 나서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빛이시라면, 그 빛을 닮고자 하시는 사제단 신부님들도 빛입니다. 그러한 빛을 추기경님과 주교단은 어둠속에 가두려 하십니다. 허나 빛은 어둠이 가두려하면 가두려할 수록 더 빛나는 법입니다.
 
추기경님과 주교단은 부당한 권력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는 한국천주교회사의 가장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추기경님, 저는 감히 추기경님께 말씀드립니다. 추기경님께서 하느님이 허락하신 모든 삶을 다 사신 후에 눈을 감기 전에 적어도 단 한번만이라도 오늘 추기경님의 옳지 못한 선택을 상기해 주십시오.  단언하건데, 결코 추기경님은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고 말씀하시지 못할 것입니다.
 
교회사적으로 교회가 부당한 권력의 편에 서는 순간 교회는 쇄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지금 추기경님의 잘못된 선택은 결국 교회의 쇄락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추기경님은 한 순간 한국천주교회를 부끄러운 교회로 만드셨습니다.
 
한국천주교회의 역사는 정. 진. 석. 추기경님을 부끄럽게 여길 것입니다.
추기경님이 눈을 감은 후에라도... 영원히...영원히...
 
 
p.s : 앞으로 한 달간[~9.22] 추기경님의 교회를 위한 올바른 판단을 하시도록 묵주기도 30회, 주일미사 4회, 화살기도 60회, 선행 8차 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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