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미국 Texas에서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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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섭 [tauinas] 쪽지 캡슐

1999-11-24 ㅣ No.789

저는 김지섭 토마스아퀴나스입니다. 미국 Texas에서 인사드립니다. Goodnews에 드문드문 오다가 신문에서 추기경님께서 직접 답을 해 주신다는 기사를 보고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글을 드리게 됐습니다. 저는 3년 전에 이곳 Texas A&M 대학교에 수학 박사 공부를 하려고 왔습니다. 저희 학교는 얼마 전에 미식축구 경기 전날 불을 붙이려고 쌓던 나무 더미가 무너져서 12명의 학생이 죽은 바로 그 학교입니다. 매년 가을 학기에 학생들이 (주로 학부 학생들이지만) 힘과 뜻을 모아 직접 통나무를 베고 옮겨서 한 20m 높이로 세워 쌓고 미식축구 시즌 마지막 경기인 라이벌 University of Texas (Austin에 있는 학교입니다)와의 경기 전에 불을 붙이고 많은 학생과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응원을 하는 행사인데 1909년부터 딱 한 번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해를 빼고는 매년 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불의의 사고로 행사가 취소되었습니다. 죽은 학생들 중에는 만 17살의 신입생도 있고 여학생도 두 명이나 있습니다. 너무나 슬픈 일이었습니다. 추기경님 기도 중에 기억해 주세요. 그런 가운데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헌혈을 하고 무너진 통나무를 어깨에 메어 치우고 사고 현장에 마지막 통나무가 옮겨질 때까지 밤을 세워 자리를 지키고 기도하는 모습은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이곳에는 약 350명의 우리나라 유학생이 있고 가족 포함 약 100명 정도의 신자가 매주 우리말로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학교 바로 앞의 St. Mary's 성당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한 달에 두 번은 유학 오셨다가 이곳에서 서품 받으신 이상일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두 시간 정도 운전하고 오셔서 미사를 해 주시고 오시틴에 계시는 예수회 정건석 신부님께서도 한두 번 오십니다. 그리고 매달 첫 미사는 St. Mary's 성당 신부님이 해 주시는데 특히 주임 신부인 Mike 신부님은 우리말로 미사를 드려 주십니다. 우리말을 하시는 것은 아니고 우리말 미사 경문을 누가 소리나는 대로 영어로 적어 드린 것을 읽으시는 것이지만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그밖에 저희는 한 달에 두 번씩 구역 모임도 하고, 성경 공부 모임, 레지오 마리애 등의 소모임도 하고 있습니다. 냉담 중에 이곳에 왔다가 다시 주님의 사랑을 느끼고 새로운 마음으로 신자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저를 비롯해서 많습니다. 추기경님, 저희 공동체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세요. 바쁘실텐데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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