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2동성당 게시판

it's my pleasure!(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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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경순 [veronicam] 쪽지 캡슐

2002-04-30 ㅣ No.1695

저는 제 남편이 감탄,내지는 혀를 찰 정도로 다른 사람과 잘놀고 늘 하고싶은 얘기가 꽉 차 있는 사람입니다.

그 좋아하는 일로 월급까지 받으니 감사한 일이지요.

게다가 오늘은 신부님의 지적으로 수다를(다른 분의 경우는 아니고 저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죠)떨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며칠전  제가 잘가는 옷수선집 아주머니가 이사가셔서

축하도 할겸 찾아갔습니다.

시영 아파트는  마당이 넓직합니다.

비를 머금은 나무들은 마치 샐러드용 채소처럼 그렇게 싱싱하고 연초록 잎들은 하늘을 향해 허밍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희도 한 5년 전까지 그곳에서 살았지요.

나무와 나무 사이로 젊은 엄마들이 유모차에 아기들을 태우고 나와서 해바라기를 하고, 며느리인지 딸자식의 손주인지 할머니들이 아기들을 데리고 나오시면

노인의 웃음과 아기의 웃음이 다 해맑아 보였습니다.

 

한때 금전적 어려움을 겪다가 그 작은 집을 마련하고 벽돌로 된 작은 보도를 따라 우리집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하느님, 고맙습니다.이렇게 따뜻하고 좋은 집을 주셔서요.’하는 화살 기도를 바쳤지요.

 

여름에는 베란다에 마루쪽을 깔고(남편이 목재상에 가서 나무를 켜다가 깔았어요)니스를 발라 결좋은 바닥에 요를 깔고 두 녀석을 재우면 하늘의 별이 보인다고 낄낄거리며 밤늦도록 재깔거리다 아무 소리 없어 가보면 잠이 들어 있었어요.

 

절망을 살아내는 것이 뭘까요?

아름다움을 믿는 것, 세상의 선함을 믿는 것, 절망보다 희망이 힘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닐까요?

때로는 자식에 대한 의무감으로 이겨낼 때도 있습니다.

 

이번 가을이면 새 아파트로 이사가기 때문에 지금 전세주고 있는 그 작은 아파트를 팔아야 됩니다.

’나, 이렇게 예쁘게 자랐어요.’하고 뽐내는 듯한 나무들을 보면서 이 작은 집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와 지척에 있어 출 퇴근 시에 습관적으로 치어다 봅니다.

힘들었던 시간들을 지내고 나서(저는 이겨냈다는 말을 쓰기 싫어요)우리의 작고 정다운 집이 되어주었던 그 집....

’이제는 아이들 뺨이 발갛게 트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으로도 행복했던 집.

현관 문만 열면 차마시러 오라고 부르던 이웃사람들....

 

그곳 마당에 서면 젊은 시절의 제 모습과 이제는 훌쩍 커버린 아들들의 어렸을 때 모습,

한밤중 아직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기다리며

복도에 서서 팔짱을 끼고 살아가는데 어려움들 두런 두런 나눴던 이웃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가끔은 아랫층인 이덕현 사도요한씨 댁엘 가서 차를 마시면서 카타리나씨 열심히 사시는 것도 보고(사실 제게는 경수엄마라는 호칭이 더 정답지만 성당 게시판인 만큼.....)그랬죠.

 

언젠가 살았던 집을 찾아가 바라보는 것은 좀 슬퍼요.

그러나 그 자리에 지금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조금 행복하기도 합니다.  

 

나중에 우리 멋진 성당을 지어 봉헌한 후, 지금 건물앞을 지나도 같은 느낌일까요?

 

다음 주자는 이제 제대로 고3관록이 붙어 얼굴이 누~래져 가는 주나래양뒤에 손수건을 놓습니다.

 

 

추신:지목받고 이렇게 신속하게 대처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아슬아슬하게 스테파노씨보다 약 2분가량 빠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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