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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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우 [dohshim] 쪽지 캡슐

2000-11-21 ㅣ No.1832

 

하늘을 바라보면 우리는 공평하고 정의롭고 그러면서도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까지도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는 그분을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분은 내 가까이 계신 분이라기 보다는 넓고 높은 하늘처럼 나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분처럼 인식됩니다. 여느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어떤 형이상학적인 존재로 여겨지면서 여전히 멀리 있는 분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 하늘과 만나고 싶어하는 동경이 있습니다. 그분이 담고 있는 신비로움을 체험하고 싶어하는 갈망이 있습니다. 너무 멀리 있지만 이 세상에선 채울 수 없는 갈증을 풀어줄 그 하늘과 만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넓고 멀게만 보이던 그 하늘이 가까워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성자의 ’강생’입니다. 조선 시대 성리학적인 사상 분위기 안에서 살아가면서 그런 갈증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며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만난 것이 ’천주’였습니다. 천주는 그들에게 가까워진 하늘을 보여주며 감동의 눈물을 주었습니다. 밤새 몇 십리를 걸어서 고백성사 한 번 보고 성체를 영하는 그들의 마음에 기쁨을 주었습니다. 하늘과 얘기하고, 하늘과 한 몸이 될 수 있게 해주신 ’예수’께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까워진 하늘과 우리는 다시 멀어지고 있습니다. 물질과 황금 때문에, 열등감과 이기심 때문에, 그리고 소외감과 주저함 때문에 하늘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벌써부터 이미 우리 옆에 와서 기다리시는데도.

 

차지만 맑은 하늘을 보며 우리의 탁한 생각을 흔들어 털어버리면서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시는 줄 몰랐습니다"라며 고백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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