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교황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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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5-09-23 ㅣ No.474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에 20년 이상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일했던 관계로 '교리의 수호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교리에 엄격한 정통 보수파란 뜻이지요. 그러나 추기경 시절 그를 알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원리원칙주의자일 것 같지만 실은 친근감 있고 인간미가 느껴지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합니다.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 4월 24일 자에서 주변 사람들을 인용해서 "베네딕토 16세는 수줍음을 잘 타고, 질서정연한 것을 좋아하며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교황이 추기경 시절 자주 찾던 바티칸 근처 식당 주인은 "교황은 높은 지위에도 허세 부리는 일이 전혀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식당 주인은 교황의 유머 감각을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개를 잃어버려서 '독일산 셰퍼드를 보신 분 있습니까'라는 벽보를 식당 안에 붙였습니다. 그런데 교황이 이를 보더니 "내가 (벽보에 있는 개가) 아냐?"라고 말을 한 뒤 자기를 가리키면서 "나는 여기 있어"라고 덧붙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모두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의 유머에 놀랐답니다. 셰퍼드(shepherd)는 개의 종류이지만 영어로는 '목자'라는 뜻이고, 가톨릭에서는 성직자를 목자라고 하지요. 교황은 '독일산 셰퍼드'란 단어를 '독일에서 온 성직자'로 돌려 해석해 농담을 한 것입니다. 교황이 독일 출신이기 때문이지요.

우리 교황님이 전 세계의 목자라는 어려운 책임 속에서 경직되지 않고 이런 유머 감각을 계속 유지하실 수 있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유머, 특히 자신을 약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유머는 자신을 상대화할 때 가능합니다. 인간은 신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유머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유머를 안다는 것은 자신이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더라고 하느님 앞에서는 한낫 먼지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교황님은 물론 그분이 인도하는 가톨릭 교회도 유머 감각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천국은 유머가 가득한 곳일 것입니다./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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