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부활 제3주일

인쇄

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4-13 ㅣ No.854

부활 제3주일(가해. 2002. 4. 14)

 

                                              제1독서 : 사도 2, 14. 22b∼33

                                              제2독서 : 1베드 1, 17 ∼ 21

                                              복   음 : 루가 24, 13 ∼ 35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장자의 임종을 앞두고 제자들이 정중히 장사를 지내려고 생각했지만 장자는 원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하늘과 땅 사이의 이 공간을 관으로 생각하고, 태양과 달을 한 쌍의 큰 구슬로 생각하고, 별들을 여러 가지 주옥으로 생각하고, 만물을 장송(葬送-송장을 장지로 보냄)의 선물로 보고 있다.  내 장례식의 도구는 이렇게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은가.  이 이상 더할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장자가 말하자, 제자들이 '저희들은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의 몸을 쪼지 않을까 걱정입니다.'라고 재차 고하자 장자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땅 위에 내놓으면 까마귀나 솔개의 먹이가 되지만, 지하에 묻히면 땅강아지나 개미의 먹이가 된다.  저쪽 것을 빼앗아 이쪽에 줄뿐이다.  어째서 또 편애를 하는 것이냐.'"

  우리는 유명한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은 화려하게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체면이라는 것이 있기에 그 지위와 재물에 맞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웃기죠?  장자가 말했던 것처럼 죽으면 그만인데 말입니다.  지위와 재물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화려하게 장사지내고 무덤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꼭 그렇게 할 필요 없는데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것, 그 사람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렇게 보는 것을 우리는 선입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성을 배제하고 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선입견입니다.  선입견은 고정된 생각입니다.  그 어떤 것을 고정된 틀에 가두고 그 틀 안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엠마오로 향하는 두 제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들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무거웠을 것입니다.  스승이신 예수님의 죽음으로, 그분께 걸었던 모든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승과 함께 한 나날들이 모두 무의미하게 보였고, 이제 자신들의 신분마저 위협받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절망과 낙담에 사로 잡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따르던 일을 그만 포기하고 고향이었던 엠마오로 되돌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이미 예수님의 삶과 죽음에 대하여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여인들의 증언으로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도 이미 들었습니다.  이러한 그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다가오셔서 당신에 관한 여러 가지 성서의 말씀을 들려주었는데 그들은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왜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고 더욱이 옆에 계신 주님을 몰라보았겠습니까?  그것은 그들의 '선입견' 곧 메시아에 대한 선입견 때문입니다.  메시아가 놀라운 권능을 지니시고 영광 속에 오실 것이라는 선입견, 그리고 부활하신 분은 휘황찬란하게 나타나실 것이라는 선입견이 제자들의 눈을 가로막았던 것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보게 된 것은 이 선입견을 벗어버리고서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자들이 예수님을 식탁에 초대하였습니다.  그런데 초대한 이가 빵을 나누고 심부름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초대받은 예수님은 그 식탁에서 빵을 나누어주십니다.  바로 종의 모습을 보았을 때 제자들은 주님을 알아보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에게 봉사를 받는 순간 그들의 눈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선입견이 어떤 것을 고정된 틀에 가두고 그 틀 안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면 주님은 인간의 일정한 틀에 고정되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렇기에 제자들이 만든 인간적 틀에 예수님을 가두려하였기에 늘 함께 계시는 주님을 만날 수 없었고, 예수님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낙담과 절망에 사로잡혀 있게 된 것입니다.

 

  어떤 부인이 미장원에 가서 머리 스타일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도 남편이 머리 스타일이 바뀐 것을 모르더랍니다.  화가 난 부인이 남편에게 "당신은 마누라에게 관심이 있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  머리 모양을 바뀌었는데도 모르고 그저 마누라라는 여자가 집에 있는 줄이나 알고 있는 거예요?" 하고 대들자 신문만을 보던 남편이 쳐다도 보지 않고 "당신은 그 성질이나 고쳐요"하고 대답하더랍니다.  마음이 닫혀 있으면 마누라 머리 모양이 바뀌어도 모를 뿐 아니라 평생을 살아도 모르게 됩니다.

  사람들이 주님과 이웃을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하는 중대한 이유는 어떤 고정 관념이나 편견, 또는 고집이나 완고함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못 보며 오로지 자기만 바라봅니다.  하느님은 하늘에만 계시고 땅에는 인간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십니다.

  이번 한 주간 서로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을 가져보며, 우리가 가졌던 선입견을 버리고 올바르게 주님과 이웃을 바라보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2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