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강원래는 오지 못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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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령 [avis] 쪽지 캡슐

2001-08-07 ㅣ No.2355

 

 

"이모, 아무래도 강원래는 이곳에 못오겠어!"

 

제법 단단히 팔짱을 끼고 콧김까지 큼큼 내뿜고는 조카가 혼잣말을 뱉고 있다.

 

’뜬금 없는 웬 강원래?’

 

 갈매기 눈썹하며, 볼의 씰룩이는 근육을 보아하니 이 녀석  또 무엔가 호기심이 발동한가

 

싶었다.

 

무시하기로 한다.

 

허나 자기의 호기심및 궁금증을 전파해야만 하는 묘한 취미의 이녀석이 귀찮게 강원래로

 

딴지를 걸어온다.

 

그것도 침묵의 기도시간에

 

’미사엘 데려 오는 것이 아니였는데......’

 

애써 악동을 외면하고 미사에 전념하려 하는데  목소리 톤을 한톤 높인 이녀석

 

"그렇잖아 어떻게 성당에 올라 오겠어?"

 

" 야- 이성빈 너무 하잖아"

 

입술을 막고 준비한 과자로 일단은 입막을 해놓아 본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석의 말이 내내 머리를 떠 돌아다님을 느낀다.

 

    말없이 생각 없이 오르내리던 계단!

 

 조카는 그 계단에서 얼마전 티브에 비친 강원래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연세 많아 거동불편한 노인 빼고는 한번도 불편한 장애를 가진 교우를

 

뵌적이 없는듯 하다.

 

’ 우리 성당엔 걸음이 불편한 분들이 없는걸까?’

 

있다하더라도 가파른 계단길이니 쉽지 않겠단 생각을 해본다.

 

 

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조카는 나가고 없다.

 

미사 후, 많은 인파속에 조카가 흐름을 방해하며 뭔가를 열심히 하고있다.

 

" 이성빈 너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못나가고 있잖아 한쪽으로 서야지"

 

조카는 계단의 모서리를 작은 발로 싹싹 문지르고 있던 중이었다.

 

"이으 씨"

 

조카는 야단만 치는 이모가 미웠던지 제 풀에 못이겨 멀리 내달려 버린다.

 

집으로 가는 길.

 

 하느님의 작은 친구를 안아본다.

 

내 작은 품이 숨막혔던지 답답해하는 꼬마 예수님이 나를 밀쳐낸다.

 

’왜 생각을 못했을까?’

 

 마음이 슬픈 그들일텐데 병자와 가난한 이를 위했던 분을 모시는

 

우리들이 왜 그것을 배려하지 못했을까?

 

분명 강원래는 이곳에 오면 또 하나의 상처를 지닐 일이다.

 

멀리  다른 호기심에 열중해 있는 조카가 보인다.

 

분명 그 작은 발로 각진 계단의 모서리를 문대서 해결될 일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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