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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과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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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온균 [gsbs] 쪽지 캡슐

2011-11-14 ㅣ No.7392

은총과 인연

 

                                  삼용 요셉 신부

 

 

어떤 사람이 아직 동이 채 뜨기 전 강가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어둠 속에서 강가를 거닐던 중 그는 무언가 자루 같은 것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넘어진 채로 자세히 보니 그건 가방이었습니다.

호기심에 그 가방을 열어 보니 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심심하던 차에 그는 강가에 앉아서

그 가방 속의 돌들을 하나씩 꺼내어 강 속으로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던질 때마다 어둠 속에서 ‘첨벙 첨벙’ 들려오는 물소리를 즐기며

그는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한 개의 돌을 무심코 던지려는 순간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손에 들고 있는 돌멩이가 떠오르는 태양 빛에 반짝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놀란 그는 돌을 들여다보고서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침 아침 산보객들이 모여들어 묻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누가 강물에 빠져 죽었습니까?”

 

그가 통곡을 하다 말고 대답을 합니다.

 

“여보시오. 이게 뭔지 아시오? 다이아몬드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가방 속에 수백 개의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었소.

 그런데 나는 그게 다이아몬드인 줄도 모르고

 거의 한 시간이 넘도록 강물 속에 다 던져 버렸단 말이요

 그래서 이젠 한 개밖에 남지 않았소.” 그는 계속 통곡하더랍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수많은 은총의 기회가 오는데도

잡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을 수 있습니다.

그 은총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눈을 부릅뜨고

이것이 혹 주님께서 주시는 기회는 아닌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선 그냥 스쳐지나갈 뻔 했던 은총을

확 낚아챘던 예리고에 살던 소경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신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분이 자신 앞을 언제 지나가실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꾸준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혹시 예수님이 지나가시지 않느냐고 물어봅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짜증을 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분은 이곳을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며 낙심을 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소경은 그 분은 소망이 있는 곳이면

반드시 그 곳을 지나치시면서 원하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실 분이라는 것을 믿었습니다. 자신도 믿음으로 눈을 뜨기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것임을 믿었습니다.

 

결국 어떤 사람에게 그 분이 혹 지나가시느냐고 물었더니 정말 지나가신다는 것입니다. 그는 금방이라도 눈이 떠질 것 같은 기분으로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고 소리소리 지릅니다.

 

다른 사람들은 소경이 그렇게도 기다려오던 분이 지나가셔서,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소리 지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오히려 조용히 하라고 소경을 꾸짖습니다.

 

그러나 소경은 멈출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기다려왔는데!’

 

예수님은 드디어 그 소경의 음성을 듣고 눈을 고쳐주십니다.

예수님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해 주실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도 당신이 지나가실 때

당신께 소리소리 지르며 무엇을 원한다고 말하기를 기다리십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에겐 아무 것도 주실 수 없습니다.

그런 은총은 교만만 키우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운전을 하고 산길을 갈 때였습니다.

기름이 다 떨어진지 한참이 되었지만 주유소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주유소가 있는 곳을 네비게이션으로 찾기 위해 어떤 집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는 네비를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 쪽에 하나 있기는 했는데

20킬로가 넘게 남아서 거기까지는 갈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집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외출을 하기 위해 나오셨습니다.

그 분은 우리 차 문을 두드리고 왜 당신 집 앞에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희는 기름이 다 떨어져서 그런다고 말씀드렸더니

당신이 가까운 주유소 있는 곳까지 안내 할 테니 당신 차를 따라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간신히 기름을 다시 채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 집 앞에서 섰고 또 마침 그 집에서 아주머니가 나오셨습니다.

그냥 스쳐지나갈 수도 있으셨겠지만 저희에게 호의를 베푸셨습니다.

인연치고는 참 고마운 인연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을 제 때에 보내주신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렇게 해서 만나는 소중한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이 모두 주님께서 보내주신 은총들입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다 은총임을 깨닫는다면 오늘의 소경처럼 주님을 더 찬미하게 될 것입니다.

 

나에게 잘해 주는 사람만 은총이 아닙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도 은총입니다.

나를 성숙시키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깨닫는다면 한 사람이라도 의미 없이 대하게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참 소중한 인연을 통해 주시는 주님의 은총을 잘 깨닫고 얻어내는 지혜의 눈을 청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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