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남터성당 게시판

바보스런 묵상

인쇄

김혜선 [choa23] 쪽지 캡슐

2000-04-12 ㅣ No.997

바보같나는 정말 바보같은 신자입니다.

 

바보라서 바보같은 묵상밖에 할 줄 모르고

 

항상 바보같은 행동에 바보같은 말 만을 되풀이합니다.

 

글 한 줄 제대로 써서 남들에게 제 맘을 이해시킬 줄 모릅니다.

 

 

 

 

왜 그랬을까요?

 

 

3월 30일 목요일 수업시간. 어려운 과목이라서 집중을 해야하건만 자괴감만 들고..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혹시 자기 전에 마음이 풀려서 자기 마음대로 말이 나오는 것을 스스로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렇게 제 생각, 그러니까 제 마음이 멋대로 어떤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폭포수에서 제가 서 있었습니다. 폭포수 끝엔 돌덩이 하나가 있는데, 제 몸 하나는 서 있을 수는 있을 정도의 돌덩이입니다. 제가 왜 거기에 있고 왜 폭포수에 돌덩이 하나가 있는지는 묻지 말아주세요. 그건 제가 한게 아니거든요.

 

 

 그 돌덩이 끝을 간신히 한 손으로 잡고 매달려 있었습니다. 떨어지만 까마득한 허공에 떨어져 죽는 것은 당연한 일! 생명에의 위협을 느끼고 근력이 약하지만 힘을 다해 올라왔습니다. 폭포수 저편에는 다른 친구들과 제가 보았던 여러 사람들이 그 험한 물살을 헤치고 가고 있었습니다. 저와 모두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폭포수 끝에는 저밖에는 다른 사람이 없습니다. 그나마 일어섰다는 느낌으로 한 발짝 내딛는 순간 또 미끌어져 넘어졌습니다.

 

 

팔이 아픕니다. 이전에 올라올때 힘을 다 쓴 모양인지 이제는 악을 다해 부르짖을 뿐입니다.

 

 

"하느님! 좀 살려주십시오! 제가 죽을 것만 같습니다!! 당신은 당신에게 부르짖는 자를 돌보아주신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이렇게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어서 살려주십시오!"

 

 

하느님은 아마 나를 공중에 떠 있게 하거나, 중력 법칙을 어기면서까지 날 살려주시지는 않을 겁니다. 현실 속에서 하느님은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시겠지요. 희망을 걸었지만, 조금은 조롱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괘씸하게 그 상황에서도! ’하느님 할 수 있다면 해 보십시오! 그 잘난 능력으로 어디 한 번 날 구해 보시오!’ 절망적이라서 그랬는지 아무 소리나 마구 지껄여댔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보기 좋게 떨어졌지요. 낙하하는 그 순간 ’결국 하느님은 이렇게 날 버리는거구나. 그래 이렇게 되었으니, 한 번 날 살려 보시오! 어떻게 하면 당신 뜻에 가장 맞겠소이까?’ 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면서도 이런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믿는 하느님이다. 절대 날 버릴 리 없다. 한 번 끝까지 믿어 보자.’

 

 

머릿 속에 새까매졌습니다. 죽은 거겠죠. 떨어져서. 마음도 무거워졌습니다. 정신을 가까스로 돌려서 현실로 향하게 했습니다. 어디 먼 곳을 돌아온듯 허탈하고 힘들고 괴로운 맘도 들었습니다. 정말 죽은 것 같았습니다.

 

성당에 들어가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하느님, 제가 그렇게 부르짖었건만 이렇게 절 버리시는 겁니까? 이렇게 떨어지고 있는데?"

 

그런데 이런 말이 또 들리더군요. 그 폭포수가 제 머리에서 떠오른 것처럼요.

 

"예야, 그건 꿈일 뿐이잖니?"

 

 

 

 

그제서야 제가 성당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요. 제가 어리석었죠. 꿈을 현실로 착각한 것도 어리석었지요. 그리고 하느님을 조금이나마 의심한 것도 어리석었지요.

 

 

 

’꿈일 뿐이잖니?’ 아주 쉽고 단순한 말. 그러나 너무나 적절한 때에 떨어져서 그 어떤 말보다 그 상황에 어울렸던 말.

 

 

아마 하느님은 절 ’상상’속에서 끄집에내어서 ’현실’로 살려내고 싶었던 걸 겁니다.

 

 

 

 

 

 

 

 

바보같은 묵상. 아무도 묵상이라고 동의 못할 바보스런 묵상.은 묵상입니다



1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