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2동성당 게시판

첫눈 오는날

인쇄

김선희 [sunheek] 쪽지 캡슐

2007-11-21 ㅣ No.4108

 어릴적이나 아니면 어제그제 첫눈 내리는날  썼던 일기를 다시 생각하며 감상해보세요.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첫눈 오는 날


                                -곽재구-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 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 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다닥다닥 뒤엉킨 이웃들의 슬픔 새로

순금빛 가을 하나 흐른다네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이 세상 모든 알몸들이

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



 



8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