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하는 할아버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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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agneskim] 쪽지 캡슐

2000-01-31 ㅣ No.1119

 

할아버지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온도가 뚝~ 떨어진다는 일기예보에 옷을 잔뜩 껴입었더니 몸 움직임도 그렇고 팔 움직임까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저 같은 아가씨들은 원래 조금이라도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아무리 추운 날에도 내복을 안 입고 버티(?)는데 저는 가을만 되면 내복을 미리 미리 장만(?)하고 겨울 내내 내복을 의지하고 살죠. → 그래서 멋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친구들은 저를 노인네라고 놀리지만 저는 에너지 절약 차원이라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아무래도 내복을 입으면 집안 온도를 높이지 않아도 되니까요 → 실제로 저희 집 도시가스료가 너무 많이 나왔다고 저희 어머니가 ’희정아~ 사람은 좀 춥게 살아야해...’ -_-;; → 그래도 추운 것은 싫어요잉~)

 

저에게는 남자 조카가 둘(첫째는 5살 대건안드레아, 둘째는 2살 미카엘)있습니다.

아무래도 情하면 첫 정이라고 첫째에게 쏟는 이모들과 삼촌(저와 제 동생들)의 사랑은 엄청 큽니다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대건안드레아는 늘 좋아하는 사람을 호랑이라고 부르고 싫어하는 사람은 원숭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언니네 전화를 하게되면 "성호야 큰 이모는 호랑이야? 원숭이야? 둘째 이모는? 그럼 막내 이모는? 삼촌은???" 하고 동생들과 앞다투어 물어봅니다.

 

대건안드레아는 늘

  "크 이모는 원슝이, 둘째 이모(둘째 이모 발음은 기가 막히게 완벽합니다... 거의 둘째가 성호를 엄청 예뻐하며 키웠(?)거든요.)는 호랑이, 음~ 막내이모도 호랑이... 삼촌은...나중에 (지금 군 복부중인 것을 어찌 알고??!! 기특하군...)"

  "성호야 큰 이모가 왜 원숭이 인데?  지난번에 큰 이모는 호랑이였잖아???" (그리고, 성호야 원숭이 발음은 왜 그러니??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흑흑흑 T_T)

  "크 이모는 우리 집에... 음~... 자꾸 (성호는 늘 자주를 자꾸 라고 합니다) 안 놀러와서 원슝이야~ 그리고, 음... 와도 그냥 가자나..."

 

으익!!! @o@   

 

저는 언니네 가면 늘 일찍 일어나 집으로 왔고 또 동생들에 비해 자주 가질 못 했습니다.   핑계 같지만 아무래도 회사와 학교 공부를 병행하다보니... 아무리 건강과다라고 남들에게 자랑(?)을 해도 힘이 좀 딸리는 것은 사실이거든요.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면 실은 조카들도 어린애이다 보니 30분만 같이 놀면 그 다음부터는 넘~ 힘들어서... 역시 엄마들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께서는 너무 바쁘실 때는 일일이 약한 어린이를 돌보실 수 없어서 어머니를 보내셨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을 생각해보며...)

 

그런데!

어린이의 눈은 예~리하다고... 정말 예리한 조카입니다.  

 

제가 이렇게 조카 얘기를 할아버지께 하는 것은요~

 

어제 5시 중고등부 미사에 갔었습니다.

역시! 중고등부 미사 중에 하는 청소년 성가는 저에게 딱! 인 것 같습니다.

 

청소년 성가중 ’내 생애의 모든 것’이라는 성가 (아참~ 할아버지께 첨부 파일로 보내드리고 싶지만... 저도 자료가 없는 관계로 인하여... 죄송합니다...)가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곡입니다.

 

    내 생애의 모든 것 알고 계신 주님

    내 생애의 모든 것 살피시는 주님

    내 생애의 모든 것 당신께 드리니

    내 생애의 모든 것 받아주시옵소서

 

    어디에 앉아 있어도 당신 알고 계시며

    어디를 걸어가도 살피시는 임마누엘 주님

 

    내 생애의 모든 것 당신께 드리니

    내 생애의 모든 것 받아주시옵소서

 

어제는 봉헌 성가로 이 성가를 불렀는데.... 가슴 떡! 막히며... 아이고 부끄러워라~...

 

모든 것을 살피시고 지금 이렇게 앉아 할아버지께 메일을 보내고 있는 것조차 다 알고 계시는 주님의 집에는 일주일에 딱! 한 번 가서는 그나마 미사 중에 집중도 안하고 이 생각 저 생각에 누구 아는 사람 없나 두리번거리기 일쑤고...

또 미사 끝나면 집에 떡이라도 숨겨 놓은 양 바쁘게 집으로 향하고...

 

주일학교 교사시절 그 큰 집(성당)에 주님께서 혼자 계시면 쓸쓸해 하실 지도 모른다고 우리 각자의 따뜻한 마음에 주님의 방을 마련하자고 어린이들에게는 그렇게 강조를 했으면서도... 전 주님 방에 난방 해 드릴 생각도 않고 있었으니...

 

정말 제가 주님께 원숭이가 되기를 자처하는 행동만 했습니다. -_-;;

 

성가처럼 제 생애의 모든 것을 주님께 드리기에는 제가 살아 온 날은 너무 부끄럽고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T_T

 

매일 매일 생활에 부끄럼 없이 살아야지 하면서도 진정으로 부끄럽지 않고 예쁘게 보여야할 분께는 제가 너무 무심했습니다.

 

주님!  알라뷰  *^.~*

 

참! 할아버지 저는 99년도에 입학을 했고 아직 졸업하려면 3년이나 남았습니다. 미리 축하를 해주시니 감사드리고 제 글을 칭찬해 주시니 이 또한 감사합니다. 부끄~

 

오늘도 부끄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아녜스가 올립니다.

 

할아버지 안녕히 계십시오.  할아버지께도  알라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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