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화

2005년 2월 27일 세나뚜스 월례회의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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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뚜스 [senatus] 쪽지 캡슐

2005-04-28 ㅣ No.6

윤병길 세례자 요한 지도신부님

◆ 영적 독서 : "사랑으로 일할 것"(준주성범 1권 15장)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 속에 사는 사람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그 사랑은 가까이에서 멀리로 점점 역동적으로 확산되어갈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점점 사랑이라는 것이 혼란스러워지고 과격해지고

왜곡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집착하려 할 뿐,

사랑 때문에 아파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탈을 쓴 이기심이요,

욕심입니다. 곧 남을 돕는다고 하면서 그 행위 안에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자기만족을 위한 헛된 자기과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품은 채 남을 돕게 될 때에는 결과에만 매달릴 뿐,

그 결과를 향한 과정을 무시하기가 쉽습니다.  



점점 우리의 사회는 사랑이 없어지고 정의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일삼고

있습니다. 집단의 이기주의로 인하여 인간의 한도 끝도 없는

욕심 채우기만을 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속한 집단이 손해 보는 것이

싫어서 집단의 이름과 힘으로 욕심을 채우려 합니다.

이런 모습은 종교집단 안에서도 가끔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규율을 만들고 최소한의 것이라도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떠한 틀도, 그 안에 정신이 살아

숨쉬지 못하면,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내용이 없는 껍데기는,

드러나 보이는 결과에만 매달리는 인간의 욕심많은 마음을

드러낼 뿐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도 율법만을 고지식하게 지키려했던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껍데기만 남아있는 신앙의 모습을 마음 아파하시고

그들을 질책하셨던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은 껍데기에 내용을 담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그분의 삶 전체는 어떻게 해서든지 껍데기뿐인 인간의 영혼을

당신 사랑으로 채우려고 하셨던 ‘사랑의 희생’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성체성사를 통해서 주님을 느낄 수 없다면

우리 자신이 얼마나 껍데기에 치중하고 있는가를 반성해야 합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주님의 은혜를 느낄 수 없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누구에게서 용서를 받는 것입니까?

우리가 입으로 외고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가 단순히 형식에 머물고 만다면

우리의 기도는 허공을 떠도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사랑 안에 머물 때 우리는 겸손해집니다.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깨닫게 되며

그 안을 주님의 사랑으로 가득 채우려는 갈증을 느끼게 됩니다.

교만으로 우리의 마음이 가득 차 있다면 어디에 주님의 사랑을 담을 수

있을까요? 헛된 욕망에 우리의 영혼이 물들어 있다면 무엇으로

우리의 영혼을 깨끗하게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떠한 활동을 하던지, 그리고 무슨 기도를 하던지

주님의 사랑을 바탕에 깔고 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해 보이는 행동일지라도 주님의 사랑을 담고서

그 의미를 깨닫고 행할 때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채우는 사건이 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사랑의 힘을 보게 될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의 삶을 주님의 사랑으로 채워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에서 헛된 욕심과 욕망을 내던져 버리고 그것을 새로이

주님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야 합니다.

사랑하십시오.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십시오.

주님의 사랑을 느낄 때 우리는 벅찬 감동에 빠지고 맙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님의 사랑은 희생과 아픔을 동반한 사랑입니다.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희생을 감수할 수 없다면

그것은 거짓된 사랑입니다.

사랑이라는 달콤함만을 생각하고 아픔과 고통을 멀리 하고자 한다면

교회 안에서 주님의 사랑은 왜곡되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영광은 십자가에서 출발하고 십자가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사랑의 아픔은 우리를 성숙시켜 주고,

그 열매를 거둘 것입니다. 사랑은 우리가 냉철하게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며 주님의 품안에서 우리를 감싸주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사랑하기가 힘들다고 포기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사랑은 우리에게 인내를 가르쳐 주고, 겸손한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이는 슬픈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고, 병들어 신음하는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우리가 애타게 찾으려 하고 갈망하는 주님의 사랑이 바로 우리를

껍데기에 머물지 않게 하는 참다운 내용이요, 살아있는 정신입니다.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많이 일할 것이며 참되게 완전한 사랑의 생활을

하는 사람은 모든 일에 하느님의 영광을 찾아 일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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