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교회음악

유쾌한 클래식: 베르디 오페라 아틸라 중 사제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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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4-05 ㅣ No.3014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43) 베르디 오페라 ‘아틸라’ 중 사제들의 합창


훈족에 대항하며 한마음으로 주님 찬미

 

 

오페라의 왕이라고 불린 주세페 베르디는 역사물을 매우 좋아했다. ‘롬바르디아인’ ‘조반나 다르코’(잔 다르크) ‘가면무도회’ 등이 대표적인 역사물이다. 베르디가 1846년 연극 작품을 바탕으로 오페라로 만든 ‘훈족의 왕, 아틸라’도 가장 드라마틱한 전쟁을 그린 대작이자 역사극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이탈리아에서 초연된 지 무려 176년 만인 올해 4월 7~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무대에서 아틸라를 공연한다.

 

유럽을 벌벌 떨게 했던 훈족의 왕 아틸라는 훈족의 마지막 왕이었으며 유럽 훈족 가운데 가장 강력한 왕이었다. 5세기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기에 동유럽 북부의 넓은 지역을 지배하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공포의 채찍’이라 불렸을 정도로 동서유럽의 모든 국가를 공포에 떨게 한 인물이다. ‘아틸라’라는 이름은 고대 노르드어인 아틀리(끔찍한 자)에서 왔다. 아틸라가 최대로 확장한 영토는 흑해에서부터 도나우강과 발트해까지 이어졌다. 현재의 프랑스 북부, 독일 북부, 폴란드, 헝가리, 러시아 서부 일부, 우크라이나까지 광대한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다.

 

서로마 황제 발렌티아누스 3세의 누이 호노리아 공주가 450년 아틸라에게 청혼하게 되는데 아틸라는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즉각 수락하고 지참금으로 서로마 제국의 반을 요구했다. 그러자 서로마 황제는 황실과 사전에 논의된 바 없는 청혼이라며 역시 즉각 거절한다. 그러자 아틸라는 이를 무시하고 서로마 침략의 명분으로 삼았다. 아틸라는 이탈리아를 공격해 발렌티아누스 3세 황제를 수도 라벤나에서 몰아내기도 했다. 이때 서로마는 협상단을 파견, 아틸라에게 강화를 제안하고 상당한 금액을 받고 퇴각한다.

 

오페라는 바로 아틸라의 452년 서로마 2차 공격 때를 배경으로 한다. 1년 후인 453년 아틸라는 새로 얻은 첩 일디코와 결혼식을 치르는데 그날 밤에 세상을 떠난다. 놀랍게도 아틸라의 훈 제국은 그의 죽음과 함께 패망했으며 유목민족답게 의미 있는 유산도 남지 않았다. 오페라 ‘아틸라’는 아드리아 해안의 도시 아퀼레아에서 시작된다. 아틸라가 이곳을 점령한 것이다. 이때 위기를 느낀 서로마 제국은 에치오 장군을 사절로 파견한다. 에치오는 아틸라에게 흥정을 제시한다. “동서 로마제국이 모두 쇠약해진 지금, 세계를 당신에게 줄 테니 대신 이탈리아만큼은 내게 맡겨달라”

 

그러나 아틸라는 에치오의 제의를 분명하게 거절한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2중창을 부르며 1막 1장의 막을 내린다. 1막 2장은 아드리아 해안의 갯벌 지대다. 오케스트라의 관현악이 힘찬 돌풍을 묘사하면서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이 백척간두에 선 서로마의 운명을 그려낸다. 폭풍우가 잦아들면서 해안가에 세워진 성당에서 비참한 처지의 사제들이 하느님께 기도를 올린다. 어떤 밤일까?(Qual notte) 처음에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 낭송조의 합창으로 노래하다가 점층적으로 볼륨이 커지면서 주님의 위대함을 찬미하는 대목에서 클라이맥스를 형성한다.

 

오페라 아틸라가 이탈리아에서 큰 인기를 끈 이유는 오스트리아로부터 통일과 독립을 원하던 이탈리아의 리소르지멘토(통일)운동 때문이었다. 이 작품에서 이탈리아인들이 로마를 지키기 위해 아틸라가 이끄는 훈족에 대항하는 곡들을 부르는 모습이 이탈리아인들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베르디의 오페라 ‘아틸라’ 중 ‘사제들의 합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naver.me/FdEWLgtc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4월 3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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