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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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consola] 쪽지 캡슐

2002-01-24 ㅣ No.7928

--그렇다면 당신이.... 당신이?

붉은 수염의 입술이 움찔거렸다 그는 말을 더듬었다.

 

상대방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콧수염을 씹으며 그는 다시 한 쪽 절반은 눈부시게 빛나고 다른쪽 절반은 시커먼 어둠 속에 잠긴 얼굴로 젊은이를   쳐다보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그리고 그 이전부터 이 젊은이 주변에 나타났던 계시들과 비범한 면들이 한 꺼번에 몰려들었는데, 결혼을 할 후보자들을 모아놓았을 때, 그토록 많은 사람들 가운데 오직 요셉의 지팡이에서만 꽃이 피었다. 그랬기 때문에 랍비는 마리아를, 하느님께 봉헌했던 아름다운 마리아를 그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결혼식 날이 되자, 그가 미처 신부에게 손을 대기 전에 벼락이 때려 신랑의 몸을 마비시켰다. 그러더니, 나중에 전해지는 얘기를 들으면, 신부는 하얀 백합의 냄새를 맡았고, 아들을 잉태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태어나기 전날 밤에 , 그녀가 꿈을 꾸었더니 하늘의 문이 열리고, 천사들이 내려와서는 그녀의 그녀의 집 초라한 지붕 위에 새들처럼 나란히 줄을 지어 서서 둥우리를 짓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으며, 어떤 천사들은 문간을 지키고, 어떤 천사들은 그녀의 방으로 들어와 불을 지피고는 태어날 아이를 목욕시킬 물을 데웠고, 또 어떤 천사들은 산모에게 먹일 죽을 끓였다......

 

붉은 수염은 머뭇거리면서 천천히 다가가더니 젊은 이를 굽어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열망과 애원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그렇다면 당신이...당신이?>그는 또다시 물었지만, 차마 말끝을 맺을 용기가 없었다.

젊은이는 겁이나서 벌벌 떨었다. <내가요?> 그는 조롱하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하지만 날 보면 몰라요? 나는 말을 할 줄도 모릅니다. 난 회당에 나갈 용기도 없고요. 사람들을 보면 난 당장 도망을 쳐요. 나는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고도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죠. 나는 안식일에도 일을 히고....>

 

(중략)

 

마리아는  그녀의 집 작은 마당에서 높다른 동글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실을 잣는 중이었다. 바깥은 아직환했고, 여름의 빛은 대지의 표면에서 서서히 밀려났지만 떠나고 싶어하지를 않았다. 사람들과 소들이 일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고 있었다. 아낙네들은 저녁밥을 지으려고 불을 지폈고, 불타는 나무의 향기가 저녁의 대기로 스며나왔다.

<주여, 당신이 뜻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 가고, 나를 당신이 뜻하는 대로 하소서. 당신은 나에게 남편을 선택해주었고, 당신은 나에게 아들을 주었으며, 당신은 나에게 고통을 주었나이다. 당신이 소리를 치라고 하면 나는 소리를 칠 터이며, 당신이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나는 가만히 있나이다. 주여, 나는 무엇입니까? 당신이 손에 쥐고 있는 한 줌의 진흙이어서, 당신은 원하는 대로 나를 짓이기나이다. 당신 뜻대로 하옵소서. 제가 당신에게 비는 것은 단 한 가지, 주여 제 아들을 긍휼히 여기소서!>

 

눈부시게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맞은편 지붕에서 날아 내려와 그녀의 머리 위에서 잠깐 동안날개를 친 다음에, 자갈이 깔린 마당에 점잖게 앉아서 마리아의발 주변을 차근차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중략) 마리아는 새의 기분 좋은 무게를 느끼고 미소를 지었다. 아 , 하나님이 항상 인간에게 이토록 감미롭게 내려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약혼자 요셉과 함꼐 하늘과 맞닿은 선지자 엘리야의 산을 오르던 날 아침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들은 불같은 이 선지자에게 그들로 하여금 아들을 낳아 나중에 선지자의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바칠 수 있도록 하느님께 청원을 해주기를 바랐다.그들은 바로 그날 저녁에 결혼할 예정이었고, 벼락을 내리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는 이 타오르는 불길같은 선지자의 축복을 받으려고 날도 밝기 전에 길을 떠났다. 이 무렵에 마리아는 열 다섯살이었고 남편은 머리가 허연 노인이었지만, 힘찬 손에는 몸을 의지하려고 나중에 꽃 피게 될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그들은 정확히 정오에 거룩한 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앉아 떨리는 손가락으로 날카롭고 피가 얼룩진 화강암을 만졌다. 바위에서 불꽃이 튀어 마리아의 손을 베었다. 요셉은 산꼭대기에 사는 난폭한 선지자를 부르려고 입을 열었지만, 미처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천국의 깊은 곳으로부터 구름이 우박을 요란하게 미친 듯 퍼부었고, 뾰족한 화강암 위에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요셉이 약혼녀를 끌어안아 동굴로 피신을 시키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갔더니 하느님이 무시무시한 번갯불을 휘둘렀고,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었고, 마리아는 기절해서 넘어졌다. 그녀가 정신이 들어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니 요셉은 몸이 마비되어 화강암 위에 엎어져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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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누군가 이 책을 간절히 찾는다는 글을 올려놓은 것을 봤다. 신성모독이라 해서 금서가 됬고 절판되어 시중에서 구할수 없으니 헌 책 중에 이책이 있는가 해서 찾는 중이란다.

 

이 책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나도 글을 읽고나서 헌책방을 돌아다녀 봤는데 구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학교 도서관 폐가실에 이책이 있다는 걸 알았다.

 

어제 친구를 꼬셔서 같이 가서 빌렸다.고려원 간행 1985년에 간행된 거라 낡았다. 원래는 개가실에 있었다가 금서가 된 후로 폐가실로 옮겨놨는지 책 뒷부분에 개가 3890 **이렇게 적어놓은 것도 보였다. 폐가실에 있었기에 이나마도 형체를 유지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희소가치랄까... 책을 빌려서 내 손에 넣고 나니 팍 내걸로 만들어버리고 싶단 생각이 든다.복사를 하기에는 500페이지가 넘는 종이거죽책이라서 원본의 손상이 심할것 같다. 기한이 지나서 반납하지 않고 < 잃어버렸어요.> 혹은 < 누가 훔쳐갔어요.> 하면 되지 않을까 후후.  다 부질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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