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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무 대주교 대국민 메시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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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5-04-03 ㅣ No.35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는  3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善終)과 관련해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최창무 대주교는 이날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모두의  빛나는  귀감이신 크신 어른이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을 더없이 애석해하면서도, 오히려 그런 분을 통해 드러난 자비하신 하느님의 빛과 사랑에 무한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 대주교의 메시지 전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선종하셨습니다.

    우리 나라 천주교인들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해 마지않던 이 시대의 큰 어른께서 자비하신 하느님 품안에 드셨습니다. 향년 84세였습니다. 그분은 한뉘를 다 바쳐 온 인류를 화합과 상호존중의 길로, 진리와 사랑의  길로  이끌어주신 강하고 따뜻한 아버지이셨습니다.

    특히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1984년 5월 "벗으로서, 평화의 사도로서" 이 땅에 오시어, 신앙 도입 200주년을 경축하는 우리 나라 현지에서 103위 순교 선열을 파격적으로 시성하신 감동을 어찌 잊겠습니까. 그리고, 아직도 비분에 젖어있는 광주로 첫 걸음을 옮겨 용서와 화해를 간곡히 호소하시고, 아울러 가장 버림받은 소록도 환우들을 일삼아 찾아가 그 외로운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던 그 친근하고 자애로운  모습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더 나아가 교황님은 분단된 이 나라 이 겨레의 평화통일을 간절히 염원하시면서 그 실현을 향해 음으로 양으로 끊임없이 노력하셨습니다. 한편, 각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오신 활기 넘치는 한국교회가 아시아 전역을 위해, 아니 더 넓게, 세계 교회 인류 공동체에 큰 힘이 되어주기를 늘 마음으로부터 기대하셨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재위 4반세기가 넘도록 공산체제를 비롯한 온갖 압제에 꿋꿋하게 맞서 어디까지나 신앙에 근거한 진리와 인간존엄의 수호에 온 힘을 기울이셨습니다. 그러나 일관된 신념의 귀결로 교회의 잘못된 과거사를 솔직하게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는 정직한 겸손을 보이셨습니다.

   
    이렇듯 진지한 화해와 일치를 이루어 모두가 한 몸이 되어 서로 나누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1989년 가을,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주제로 여의도에서  경건하고 성대하게 제44차 세계성체대회가 열렸습니다. 그 바로 얼마 후, 당신의 조국  폴란드의 경이로운 자유ㆍ민주화와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벽두로 동ㆍ서독의 통일, 소련의 해체, 냉전의 종언으로 이어진 세계 평화 실현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셨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모든 종교가 한 마음이 되어 생명의 근본 존중과 인류 평화의 미래를 위해 힘쓰기를 거듭 호소하셨습니다. 그런 인류의 미래 희망인 청소년에 대한  교황님의 지칠 줄 모르는 애정 또한 각별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훌륭한 여정이 값진 그만큼 큰 희생과 고통 또한 따르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교황님은 오히려 십자가가 구원의 상징이요 길임을 언제나 굳게 믿으셨습니다. 그렇기에 "두려워 하지 말고, 세상의 문을 활짝 열라"고 하셨습니다. 또 구원을 이루는 고통의 고귀함을 스스로 진정 알기에, 자원하여 결연히 죽음을 맞으며 그리스도께서 열어주시는 문으로 부활하신 주님 생명과 평화에 드셨습니다.

    우리는 모두의 빛나는 귀감이신 이 크신 어른이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을 더없이 애석하면서도, 오히려 그런 분을 통해 드러난 자비하신 하느님의 빛과 사랑에  무한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2005년, 4월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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