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교회음악

음악편지: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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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4-21 ㅣ No.2210

[아가다의 음악편지]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Regina caeli, laetare, Alleluia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이해인 수녀님의 시 <봄과 같은 사람>에 열거된 ‘봄과 같은 사람’의 모습인데요. 이 구절을 읽어 가면서 저는 성모님의 자애로우신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모든 일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시는, 따뜻하고 너그러운 성모님은 계절로 치면 아마 ‘봄’과 같은 분이 아닐까요? 그래서 이번 ‘봄’호에서는 아름다운 성모님의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성모님의 음악’이라고 하면 ‘아베 마리아’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구노, 슈베르트, 브루크너, 블라디미르 바빌로프 등 여러 시대 수많은 작곡가들이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성모송’이라고 부르는 라틴어 기도문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노래 ‘아베 마리아’를 만들었는데요. 이런 노래들은 종교를 떠나 모든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클래식 명곡으로 남게 되었죠. 그런데 가톨릭교회의 유구한 전통 안에는 ‘아베 마리아’ 외에도 성모님께 바치는 좋은 노래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면, 성모성월에 특히 자주 바치게 되는 성모의 기도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로다…’ 기억하실 텐데요. 이 기도문 역시 여러 작곡가에 의해 ‘마니피캇’(Magnificat)이란 제목의 음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독일 루터교 신자였던 요한 세바스찬 바흐도 <마니피캇>을 작곡했을 정도니까요. 

 

또한 ‘모후이시며 사랑이 넘친 어머니,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시여’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성모찬송 역시 묵주기도를 할 때마다 함께 바치기 때문에 잘 아실 텐데요. 원래는 수도원에서 바치는 시간전례 끝기도의 마지막 순서였던 이 기도문 역시 페르골레지, 핸델, 리스트 등 여러 작곡가에 의해 ‘살베 레지나’(Salve Regina)라는 제목의 음악 작품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번 봄, 그리고 부활을 맞아 가장 힘주어 소개해 드리는 성모님의 노래는 바로 부활대축일부터 성령강림대축일까지 바치는 부활 삼종기도의 모태가 되는 ‘레지나 챌리’(Regina caeli)입니다.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태중에 모시던 아드님께서, 알렐루야.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저희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Regina caeli, laetare, alleluia 

Quia quem meruisti portare, alleluia 

Resurrexit, sicut dixit, alleluia 

Ora pro nobis Deum, alleluia 

 

예수님의 부활을 성모님과 함께 기뻐하며 바치는 이 기도문은 본래 ‘살베 레지나’처럼 시간전례 끝기도를 마친 후 부르는 성모님 찬가의 일종인데요. 원 기도문은 ‘하늘의 여왕이시여’라는 뜻의 라틴어 ‘레지나 챌리’(Regina caeli)로 시작하는데, 이 기도문이 만들어진 것은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네요. 네 행으로 이루어져 있고, 매 행이 알렐루야를 힘차게 환호하며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인 ‘레지나 챌리’는 그레고리오 성가로 존재할 뿐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여 여러 교회 음악 작곡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레지나 첼리’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세 개나 남겼는데요(K.108, K. 127, K. 276). 그 가운데 모차르트가 15세에 쓴, 그의 첫 번째 ‘레지나 첼리’ K.108은 네 개의 짧은 악장으로 구성된 소박한 작품이지만, 그 안에서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을 통해 부활의 기쁨과 신비, 성모님을 향한 찬미와 청원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번 봄은 이 곡을 비롯해 모차르트의 또 다른 레지나 첼리 K. 127과 K.276도 두루 감상해 보시면 어떨까요? 성령강림대축일까지 길게 이어지는 부활 시기에 음악을 통해 기도하며 주님 부활의 기쁨, 성모님의 자애와 사랑을 더욱 풍요롭게 체험하는 기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평신도, 2015년 봄호(VOL.47), 양인용 아가다(KBS 1FM <새아침의 클래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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