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화

2004년 12월 26일 세나뚜스 월례회의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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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뚜스 [senatus] 쪽지 캡슐

2005-04-28 ㅣ No.2

윤병길 세례자요한 세나뚜스 지도신부님


<복음적 순명>

“너희 중에 으뜸가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

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

현대인들에게 참으로 어려워 보이는 덕목은 “순명”이 아닐까?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

이 남의 위에 있고자 하는 욕망이 크기 때문에 요즘의 사회에서는 모두 남의 명령을

듣고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경쟁사회

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겨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어느 부모가 자녀에게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가?

이러한 사회의 흐름 속에서 “복음적 순명”은 멀게만 느껴지는 덕목으로 생각될 수 있

다. 하지만 주님의 말씀에서와 같이 진정한 순명이야말로 우리가 하느님 안에서 높아

지는 길이다. 교회 안의 공동체인 레지오 단원들에게서도 순명의 정신은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였다. 누군가가 책임을 맡았을 때

서로 도와주고 그 명령에 순명하여 함께 일하는 것이야말로 그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

이 된다. 그런데 서로 잘났다고 자기 주장만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사실 책임을 맡은 사람은 자기의 역할을 어떻게 잘 수행할까? 늘 고민과 책임감에 시

달리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말하는 사람들은 그저 말로만 지적하고 뒤에서 평가할

뿐이다. 결국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겠는가? 교회 안에서 책임을 맡는다는 것은 참으

로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책임을 맡은 사람이야 말로 더 큰 순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

의 의견을 듣고 자기보다 더 큰 책임을 맡은 사람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 특히 자기 공동체의 의견을 듣지않고 독단적으로 행하는 사람은 책임을 맡을 자격

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권리만 알뿐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

을 듣고 종합하고 기도하면서 내린 결정은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니라 공동체의 결정이

기 때문에 힘이 있고 그 안에 성령이 함께 하실 수 있는 자리가 있다. 그러기에 사도

들도 커다란 결정을 하기에 앞서 기도와 단식을 하였던 것이다. 사도들은 하느님께

순명하는 방법으로 기도와 단식을 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누구에게 순명하는가? 자

신의 공동체를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한 공동체라고 믿는다면 공동체에 순명하십시

오. 공동체의 책임자에게 순명하십시오. 그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찾을 수 있

습니다. 내 말을 하고 싶고 내 의견을 주장하고 싶다면, 그것이 과연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것인지 그리고 하느님의 뜻인지를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잘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먼저 공동체의 결정에 순명하십시오.

공동체 안에는 내가 고민하고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정성을 다해 고

민하고 묵상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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