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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과 10년 함께한 최정희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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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3-22 ㅣ No.260

내가 만난 교황 프란치스코 - 교황과 10년 함께한 최정희 수녀(성가소비녀회)

수도자의 삶 깊이 이해하며 '딸처럼' 돌봐줘





▲ 1993년 4월 30일 알바레스병원 앞 은퇴사제 숙소 입구에서 당시 보좌주교이던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한 성가소비녀회 회원들.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 정혜 엘리사벳 수녀, 당시 평의원 최 살레시아 수녀, 당시 총원장 김 레오 수녀, 교황, 김 어거스타 수녀, 최정희 수녀.


14일, 그날도 여느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범한 아침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최정희(베노아, 성가소비녀회 용문본당분원 책임자) 수녀에게는 아주 '특별한 날'이 됐다. 20년 전, 자신이 해외선교를 떠나 10년간 살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났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주교가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평화방송TV PD를 통해 전해진 것. 세상에, 감격도 그런 감격이 없었다. 이 소식을 접한 뒤 뉴스를 보고 또 봐도 그분이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 그대로 '가난하고' '겸손하게' 사셨던 주교님이었다. 만날 때마다 애정 섞인 농담을 건네던 분이었다. 헤어질 때마다 늘 "저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시던 그분이었다.

최 수녀가 신임 교황을 처음 만난 건 1993년 4월의 일. 수도회 설립 50주년을 맞은 성가소비녀회 회원으로는 최초로 2006년 선종한 고 김영실(어거스타) 수녀, 정필순(정혜 엘리사벳, 아르헨티나 차코주 아비아테라이공소) 수녀와 함께 해외선교에 나선 최 수녀는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 플로레스지역 알바레스시립병원에서 원목 수녀로 일하게 됐다.

"주교님은 당시 교구 내 4개 지역 중 가장 가난한 플로레스지역을 사목하셨어요. 그런데 당시 이 병원에서 사목하던 한국인 교포 출신 교구 사제이신 문한림 신부님이 병원 원목수녀를 구하지 못하다가 저희 수도회와 연결돼 주교님 초청으로 저희가 알바레스병원에 가게 됐지요. 이후 5년간 보좌주교로 계시다가 교구장이 되셨지만, 10년 동안 인연을 맺고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어요."

당시 병원 앞 은퇴사제 숙소에 살던 베르골료 보좌주교는 자신이 초청해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온 이국수녀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였다. 언어도, 문화도 익히지 못한 동양 수녀들의 적응을 영적으로 도와주며 베르골료 주교는 "웃으면서 늘 기쁘게 일하라"고 당부하곤 했다. "'일을 잘 하고 오래 하는 것보다 하루 서너 시간을 일하더라도 환자들에게 미소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고 환자들도 그걸 원한다'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최 수녀는 전했다.

"수도자 출신이어선지 교황님은 특히 수도공동체와 수도자의 삶에 이해가 깊으셨고 저희를 마치 '딸처럼' 돌봐주셨어요. 지역 수도자모임이 있을 때면 현지 수도자들에게 꼭 저희를 소개하시며 '한국 수녀들은 늘 웃으며 사도직을 한다'고 말씀하시곤 했지요. 병원에 미사가 없는 날이면, 주교님이 사는 사제관 숙소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주교님을 뵙곤 했는데 그분은 항상 그 자리에 계시면서 저희를 아껴주셨지요."

최 수녀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늘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던 청빈한 수도자, 성모 신심이 대단히 두텁고 어려움이 있을 때면 늘 요셉 성인께 전구를 청하던 기도의 사람, 매우 유머러스하고 편안함을 주던 주교로 기억한다.

그러나 최 수녀는 "이제 하느님께서 교황으로 불러주셨으니 하느님 마음에 꼭 드시는 교황님이 되시도록 기도하겠다"면서 "특히 교황님 건강을 위해 온 교회가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평화신문, 2013년 3월 24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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