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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연 [sun] 쪽지 캡슐

2000-03-14 ㅣ No.2044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한번에 다 올려지지 않아 부득이하게 나누어 올립니다. 너무 길게 써서 그런건가?

아무튼 계속됩니다.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왜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지!

그것은 바로 사랑이였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였습니다.

가족들도 교사회 사람들도 현정이도... 내가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또 그들도 나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 상처를 줄수도 받을수도 있는거였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에게서 상처라는걸 받을수 있는지....

또 나에게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에게 상처를 줄수 있는지...

맞죠? 사랑인것 같죠?

’아~ 그랬구나.... 내가 정말 사랑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괜히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지금도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현정이에게도 화해를 청했습니다. 마침 근처에 앉아 있길래 서로 용서하자는 쪽지를 보냈더

니(울면서 많이 망설이다가 보냈어요.) 현정이도 나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간의 심정들을 얘기하며... 나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답장을 받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이미 소중한 존재이기에 그토록 맘이 아팠던것을.....   

내가 자꾸만 우니까 내 옆에 있던 우리조 80년 남자 ’동생이 누나 울지마’ 하면서 따뜻한

목소리로 계속 위를 해주더군요. ’짜식! 두살만 많았어두.....’하면서 진정시키고, 눈물 콧물을닦은 손수건을 빨아서 다시 자리에 돌아와서 사랑하는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데 훌쩍거리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아까 나를 위로해주던 그 녀석이 눈물 콧물을 흘리며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너무 귀여워서 한번 웃어주고 깨끗이 빨아온 저의 손수건을 건네주었죠. (^.^)

그리고는 상담을 했는데 상담도 참 좋았습니다. 오랫동안 정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늘

고민하던 문제를 상담했는데 좋은 답을 찾았습니다. 정말 속이 후련하더군요.

그 문제는 앞으로 잘 해나갈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렇게 기분좋게 마지막 밤을 보내고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남은 과를 끝내고 파견미사

만 남았습니다. 신부님은 본당 미사 때문에 먼저 가시고 이제 미사를 보러 강당에 들어가는

데 현정이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아마도 주체측에서 파견미사를 함께 하자고 집에 연락들을

한 모양이였습니다. 우리 아빠가 또 여기까지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우리 아빠는 어릴때부

터 저의 여름 캠프 장소에는 어김없이 나타나십니다. 내가 학생때는 사목위원이란 타이틀로

나타나셨고 그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는 행사 - 98청년 캠프와 작년 내가 캠프장이란 직책

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캠프를 갔을때도 부모님들의 피서라는 타이틀로 꼭 들르셨어요. 다들

아시죠?)을 좀 했지만 현정이의 부모님이 오신걸 보니 내심 부러운 맘이 들었습니다. 미사

가 거의 시작될쯤 되어서도 오지 않으셔서 저는 현정이 부모님이 차를 가져오셨으니 그걸

타면 한자리가 모자르고...하는등의 집에 갈 생각만 하면서 성가를 부르는데 문이 짠~ 열리

며 울 멈마,아빠가 등장했습니다. 눈이 마주쳤지만 너무 멋적어서 여기까지 왜 왔냐구 말하

며 정말 주책이라는 눈빛을 보냈습니다.

근데 또 자꾸만 눈물이 나는거예요. 사람들을 쳐다볼수가 없어서 잠시 화장실로 피신을 했

습니다. 어젯밤 눈물샘이 터진것을 감안하여 화장지를 준비했죠.

다시 미사를 하러 들어가서는 울지 않으려고 신부님을 계속 쳐다보며 이봉원 생각을 했습니

다. 선택 지도신부님이 이봉원을 진짜 닮았거든요. 정말 생각하면 웃음이....    

그런데 강론 시간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부모님이 온 사람들은 일어나보라구 하더군요. 그러더니 이 사람들은 선택을 마친 느낌을 나와서 발표하라구... 한사람씩 나와서 얘기를 했습니다. 몇사람이 울자 제 맞은편에 앉아 있던 현정이도 물론 울었습니다. 전 준비해놓은 화장지를 의기양양하게 꺼내어 현정이에게 던져주었죠. 그때까진 전 괜찮았는데 현정이가 나와서울먹이자마자 저의 눈물샘이 터져 흑흑 울었죠. 부모님이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보며 큰 사랑을 느꼈다는 현정이의 발표가 끝나고 잠시 후 저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발표하러 나가기 전에 엄마와 눈이 마주쳤는데, 왜 와가지고 날 이런 쑥쓰러운 자리에 서게

하느냐고 입으로 말했더니 엄만 다 알아듣고 웃으며 아빠에게 통역해 주더군요.눈도 좋아!

말하러 나가면서부터 많이 떨렸습니다. 평소에 앞에나가서 말두 잘하구 심지어 판춤까지도

추는 저인지라 그날 아침에 자기 소개 시간에두 너스레를 떨면서 여유있게 말만 잘했는데

마이크를 잡을때부터 너무 떨렸고 급기야 부모님이란 단어를 꺼내자 마자 눈물이 나서 말을

이을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여러 느낌들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엔 엄마, 아

빠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내 흐느낌 소리에 묻혀 잘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

다.

 

그렇게 긴 강론 시간이 지나고 걱정하는 평화의 인사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난 울지 않으려

고 굳게 마음을 먹고 사람들과 포옹을 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현정이와도 서로 울지 않으며

잘 인사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 초등부 미선언니가 꼭 샤워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눈물

을 흘리며 인사를 하는것이였습니다. 난 미선이 언니를 보자마자 몇분간 참은 눈물이 봇물

터지듯이 흘렀고 우리 엄마 아빠와 포옹을 하면서는...(:.:)<-엄마 (T.T)<-나 (-.-)<-아빠

또 현정이 어머니와의 인사에서는 난 말도 못하고 울기만 하는데 현정 어머니의 마치 그동

안 우리 사이를 아신다는 듯한 한 말씀 "좋은 친구 되줘!" 이 한마디에 또 (:.:)

평화의 인사가 끝나고 좀 진정을 하고 성체를 모셨는데 그 주책없는 눈물은 줄줄.....(T.T)

눈물 닦으며 자리 앉는데 옆에 앉은 잘생긴 오빠의 나를 청순가련형으로 보는듯한 미소와

따뜻한 한마디 ’또 울었져?’ (그 오빠 남자 친구 있을까?)

미사를 끝으로 나의 눈물샘은 꼭지를 잠궜습니다. 내가 그렇게 주책없이 눈물이 많다는 것

에 스스로 놀라며..   

간단한 다과후에 봉사자들의 인사를 뒤로하고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왔습니다.

동네와서 신부님과 함께 선택에 갔던 미선언니 희정언니 울 부모님과 현정 부모님이랑 맛있

게 식사를 하였습니다.

 

이것으로 선택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하루가 지난 지금 정말 운 기억밖에는 안나지만.. 정말 좋았습니다.

신부님께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또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또 많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겠지요.

그러나 이젠 빨리 아물도록 잘 치료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젠 사랑하기 때문이라는것을 알았으니까요.....

사랑합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과 나에게 상처를 받은 많은 사람들을....

그리고 이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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