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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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환 [mutant0] 쪽지 캡슐

2000-08-18 ㅣ No.3769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

혹은 오래도록 가까이에 두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은 읽어 볼 만한 얘긴 듯

(단 닭살커플은 제외합니다. ^^;)

(소방차의 노래가 생각나는군요. 그녀에게 빰빠 전해주요 빰빠 T.T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였음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깍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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