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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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피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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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 [martia04] 쪽지 캡슐

2007-06-10 ㅣ No.10836




이 순간
詩: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 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 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가 손이 썩어가는 그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 하지 못할 사실이다 


후회
詩:피천득

산길이 호젓다고 바래다 준 달
세워 놓고 문 닫기 어렵다거늘
나비같이 비에 젖어 찾아온 그를
잘 가라 한 마디로 보내었느니


생명
詩:피천득

억압의 울분을 풀 길이 없거든
드높은 창공을 바라보라던 그대여
나는 보았다
사흘 동안 품겼던 달걀 속에서
티끌 같은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실연을 하였거든
통계학을 공부하라던 그대여
나는 보았다
시계의 초침같이 움직거리는
또렷한 또렷한 생명을
살기에 싫증이 나거든
남대문 시장을 가보라던 그대여
나는 보았다
사흘 동안 품겼던 달걀 속에서
지구의 윤회와 같이 확실한
생의 생의 약동을!


너
詩:피천득
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동안
앉아 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라져가는


피천득 선생님께서 귀향 하셨다는 보도를 들었습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
해 맑은 미소, 어린 아이의 천진하고 
순수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그 모습은 못뵙겠지만 ...
영원한 생명으로 가셨으니 ...
당신께서 사랑하신 주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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