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청년도보성지순례 후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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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8-24 ㅣ No.3402

8/21(토) 둘째 날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설잠을 자다가 4시 반 식사준비를 위해 진자매들 일어나다! 진자매들의 노고에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도와줘야지... 저도 일어났습니다. 깨끗이 씻고(물론 이 부분에서 강력히 반발을 살 것 같군요. 그게 씻은거냐구???) 주방에는 이미 우리의 호서방과 미은이가 도와주고 있더군요. 제 몫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걸리적거리기나 하지... 그래서 아쉽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제 온기가 남아있는 스티로폼으로 갔습니다. 누웠습니다.

 

아침식사와 함께 다시 도보준비를 위해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신고... 그런데 발이 심상치 않더군요. 정확히 한 곳과 두 곳 세 곳에 거대한 물집이 제 작은 발에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제 교만이 만든 역작이었지요. 어쩐다... 싸나이 체면에 바늘 들고 왔다 갔다 할 수도 없고... 그냥 걸었습니다. 이 정도야... 뭐....
걷는데, '이정도야... 뭐'가 아니었습니다. 이 물집들이 제 가는 길에 이렇게 큰 걸림돌이 될 줄이야... 크게 티내지 않고 걸었습니다. 그 때부터 기도지향이 바뀌더군요. "빨리 도착해라...제에발~"

 

우리는 목적지인 해미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한티 고개를 넘었습니다. 순교자들이 호송되던 그 길을 넘었습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비하면 뒷산 수준이었지만 전날의 피곤과 물집들의 압박으로 모두들 약간은 힘들어하는 눈치였습니다. 이제야 쫌 힘들어하는구나... 이 맛에 성지순례 한다니까. 으하하하^^


 

한티 고개를 넘어 쉬는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장관이었습니다. 우리가 또 걸어내려가야 할 그곳이 너무 멋있게 보였습니다. 그냥 안주하고 싶더군요. 성서의 베드로처럼 말이지요.

제 사제직의 연장선상 안에서도 분명 이렇게 그냥 안주하고 싶을 때가 있을 꺼라 생각들었습니다. 저도 사제이기 이전에 인간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안주하지 않기 위해 소신껏 제 길을 선택한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선택만으로 제 자신을 자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나약함을 지니고 있기에 제 선택이 결코 한순간의 객기가 아니었음을 여러분들이 아닌 주님 앞에 드러내고 싶습니다.

 

해미 읍성에 들려 잠시 쉰 후 해미성지로 갔습니다. 해미성지에서 우리는 렌트 한 차로 천리포 민박집까지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동하며 약간의 꿀잠을 잔 후 우리는 새로운 안식처 민박집으로 들어갔지요. 이제 다 이루었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오후 물놀이가 있는데, 저는 쉬었습니다. 함께 하고팠는데, 넘 피곤해서...  바닷물에 여러 상처들도 소독하고, 제 정신상태도 소독하고 그래야 했는데... 잠시 누워 쉬다 보니 자고 싶더군요. 그래서 잠깐 배짱이가 되어보았지요...
중간에 격려차 두 손 무겁게(?) 방문해주신 관모 형제님과 마프카 자매님, 그리고 그 아들 현규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자아~알 먹었습니다.

모두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돌아온 그들은 샤워를 한 후 후발대로 함께 온 친구들과 함께 친교의 시간을 갖았습니다. 조금은 어설픈 조별 장기자랑! 그래도 나름대로 상품에 눈이 어두워 짧은 연습시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모두들 약간의 알콜을 섭취하니 아이들로 돌아가더군요. 신나게 노래하며 춤추는 그들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신학교 1학년 때 기억이 새록새록...
그 때 걸으며 다졌던 마음들도 새록새록...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더 많은 것 같네요.
더 열심히 걸을려구요. 그분께서 가신 길을...
저와 함께 걸어주세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형구틀에 매달려 시퍼런 칼 아래서도 굴하지 않던 우리 순교 성인들의 굳은 믿음을 우리 월곡동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닮아갈 수 있는 나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저 역시도 마찬가지구요. 갈림길에 섰을 때, 무엇이 나의 길인지 깊이 생각하고 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하느님의 지혜 가득한 월곡맨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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