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성당 게시판

누가 더 구두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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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renoa] 쪽지 캡슐

2000-05-30 ㅣ No.490

     

    한 사람이 구두쇠가 되기 위하여

     

    그 방도를 익혔으나 아직도 부족하다고 여겨져

     

    구두쇠 선생님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는 선생님을 찾아가서 고기 모양으로 자른 종이 한 장과

     

    술처럼 보이는 물 한병을 가지고 상견례를 치르고자 하였다.

     

    그러나 마침 선생님은 외출을 하고 부인만 집에 있었다.

     

    그녀는 그가 온 목적을 알아차리고 예물을 보더니 얼른 빈 잔을 내놓고 말했다.

     

    “차를 드시지요”

     

    그러나 물론 차는 없었다.

     

    그녀는 또한 두 손으로 원을 그리더니 말했다.

     

    “빵을 좀 드시지요.”

     

    그뿐이었다.

     

    그가 물러간 후에 구두쇠 선생이 돌아왔다.

     

    부인이 그 동안의 일을 이야기하자 구두쇠 선생은 화를 내며 말했다.

     

    “쓸데없이 왜 그리 많이 대접했소.”

     

    그리고는 손으로 반원을 그리며 말했다.

     

    “이만한 반쪽이면 대접이 충분했을텐데.”

     

     

     

    이 이야기의 구두쇠 선생은

     

    있는것은 말할 것도 없고 주어서 손해보지 않을 것도 아끼고 있다.

     

    누구의 이야기인가?

     

    인사할 때 허리를 조금 더 숙이면 보다 정중해 보인다.

     

    그러나 그걸 아낀다.

     

    말 한 마디라도 조금 더 정중하게 하면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을 텐데

     

    그걸 아낀다.

     

    도움을 준 사람에게 “감사합니다,”하면 좋을텐데

     

    그걸 아낀다.

     

    실례를 했으면 “죄송합니다.”하면 참 좋을텐데

     

    그걸 아낀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잘못했습니다.”하면 참 좋을텐데

     

    그걸 아낀다.

     

    친구에게 한 번 더 “사랑합니다,”하면 참 좋을텐데

     

    그것도 아낀다.

     

    칭찬의 말도 아끼고

     

    격려의 말도 더 아낀다.

     

    주어서 손해볼 것도 없는데

     

    이 모든 것을 아주 아낀다.

     

    누가 더 구두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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