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교회음악

음악편지: 옛 시대의 소박한 크리스마스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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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04 ㅣ No.2136

[아가다의 음악편지] 옛 시대의 소박한 크리스마스 노래



세상은 대림 시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화려한 조명과 장식으로 크리스마스가 머지않았다는 것을 떠들썩하게 알려줍니다. 온갖 크리스마스 캐럴과 성탄 음악이 거리에 울려 퍼지죠. 그 음악들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처럼 잘 알려진 클래식 명곡도 더러 있지만,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의 팝송이나 가요 스타일이 주류를 이룹니다. 또한 공연장에서 연주되거나 교회나 성당에서 봉헌되는 음악도 몇 가지 잘 알려진 곡조에 한정되어 있는 편입니다. 베들레헴의 허름한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 이후로, 지난 2000년간 아름다운 성탄 음악이 전 세계 곳곳에서 수없이 많이 만들어졌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좋아하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성탄 노래 두 곡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객관성이 떨어지는 선곡일지는 모르지만, 부족하나마 덜 알려진 곡들에 대한 정보 공유의 차원에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l Noi de la Mare - 성모님의 아기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장면들이 저마다 있습니다. 깊은 밤, 빛나는 별을 따라가 도착한 작은 마구간, 어머니 품에 안긴 갓 태어난 아기의 평화로운 얼굴, 그 주위에서 춤추며 경배하는 천사들…. 성모님의 품 안에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아기 예수님의 모습처럼 따뜻하고 평화로운 장면이 또 있을까요?

르네상스 시대 카탈루냐 지방에서 불렀던 크리스마스 노래 ‘El noi de la Mare’는 바로 이러한 평화로운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El noi de la mare’라는 말은 카탈루냐어로, 우리말로는 ‘성모님의 아기’라고 옮길 수가 있는데요. “성모님의 아기께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작곡자는 누구인지 알려져 있지 않죠. 그렇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수백 년을 전해 내려오던 이 노래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건 스페인 출신 세
계적인 기타리스트 세고비아가 이 곡을 앙코르 곡으로 자주 연주하면서부터라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기타 독주곡으로도 자주 연주가 되고요. 합창곡으로 편곡해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찾아보면 의외로 다양한 편곡 버전이 있으니 취향에 맞게 골라 들으셔도 좋을 거 같아요.

http://www.youtube.com/watch?v=QrdpmM-dI3g
http://www.youtube.com/watch?v=ehgi03odYPY


In dulci jubilo - 달콤한 환희 속에서

‘In dulci jubilo’ 역시 긴 역사를 갖고 있는 크리스마스 노래입니다. 1400년께 라이프치히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필사본에도 수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곡조가 만들어진 것은 그보다도 훨씬 먼저일 텐데요. 먼저 소개해드렸던 카탈루냐 지방의 ‘El noi de la mare’와 마찬가지로, 역시 작사, 작곡을 누가 했는지는 알 수 없는 성탄 노래입니다. 단 가사에 라틴어와 독일어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 독일 지역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데요. 노래를 시작하는 ‘In dulci jubilo’라는 가사는 라틴어로, ‘달콤한 환희 속에서’라는 뜻입니다. 즉, ‘In dulci jubilo’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맞이해 기쁨에 가득 찬 마음을 표현한 노래로, 아기 예수를 둘러싼 천사들의 춤을 그려내듯, 경쾌한 파스토럴 리듬이 음악을 이끌어갑니다. 이 노래는 독일을 넘어 유럽의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곡의 가사는 라틴어와 독일어가 섞여 있는 형태지만, 라틴어와 영어 가사가 섞인 악보나, 라틴어나 스웨덴어가 섞인 악보 등 여러 가지 버전이 만들어졌죠.

라틴어-스웨덴어 버전의 ‘In dulci jubilo’
http://en.wikipedia.org/wiki/File:In_dulci_jubilo.jpg

한편, 처음에는 단선율이었던 ‘In dulci jubilo’는 세대를 거치며 여러 작곡가들에 의해 다성화되거나 기악화됐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유명한 작곡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 역시 4성부의 합창곡과 오르간 독주곡으로도 편곡했을 만큼, 원곡 ‘In dulci jubilo’는 워낙에 매력적인 곡입니다. 바흐 외에도 여러 작곡가의 다양한 버전이 있으니, 성탄 시기가 다 가기 전에 한 번쯤 찾아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Z24EMr1DKNE
http://www.youtube.com/watch?v=TuqnZcCXc_4

구세주 오심의 의미와 기쁨을 옛 시대의 소박한 성탄 음악과 함께 더욱 풍성히 누릴 수 있는 연말연시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Merry Christmas!

[평신도, 제42호(2013년 겨울), 양인용 아가다(KBS 1FM <새아침의 클래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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