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광장

동북남아시아 정세와 우리의 살길은.....(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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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온 [p460117s] 쪽지 캡슐

2007-10-03 ㅣ No.1790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 분계선을 도보로 넘어 북으로 갔다. 우리 민족에게 참으로 경사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 전임 대통령의 첫 방북은 그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최초라는 의미가 강했고 그래서 선언적인 의미의 6. 15 공동 선언도 나왔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상징적인 의미나 선언 같은 보여주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얻겠노라 다짐하고 북으로 갔다. 이번 남북 정상 회담을 바라보는 국내의 시각은 여러 가지일 것이고 국외의 시각은 더욱 다양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대통령의 방북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시각이 있고 국외에서도 그렇다. 6자 회담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북한이 핵 불능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수구 세력들은 여전히 핵 문제를 가지고 딴죽을 걸고 있다. 북미 종전 협정과 북미 수교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 부시 대통령과 매파들은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하며 초를 치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의 물길과 되돌릴 수 없는 순리를 언제나 강조하였다. 이번 남북 정상 회담을 통해 남과 북이 이루어야 할 가시적인 성과라는 것 역시 남북 화해와 점진적인 결속, 통일을 향한 물길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도록 공고히 하고 제도화하는 것이다. 민족이니 통일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에 매몰된 감상적인 만남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서로의 군사적인 긴장을 완화할 수 있도록 군축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경제 협력이 남북 모두에게 상생의 길이 되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결속을 못마땅해 하는 내외의 세력들이 분탕칠 수 없도록 우리 민족 스스로 결연한 의지를 거대한 흐름으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야 하는 시점이지만, 냉전을 끝내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냉정한 이성을 갖추어야 할 때이다. 민족이나 통일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주는 큰 의미를 알고 있지만, 이제 그런 말들은 좀 뒤로 물리고 차분해져야 할 때이다. 당장에 통일이라도 이뤄질 것처럼 믿어서도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과의 결속을 다져 그들을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만드는 일이고, 북쪽으로 막혀있던 소통과 발전의 길을 여는 것이다.   

 

  이번 미얀마 사태에서 미국이 소리만 높일 뿐 아무런 조치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중국 때문이다. 중국에게 있어서 미얀마는 육로를 통해 인도양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 관문이다. 중국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 남태평양과 인도양으로 진출하려 했지만 민족적 자주성이 강한 베트남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운 발전의 시대에 들어선 중국의 눈을 잡아끈 나라가 미얀마(버마)이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미얀마의 군부라기 보다는 중국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중국은 미얀마가 계속 퇴보를 거듭하여 결국 중국에 복속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고 그래서 매국노들인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며 특유의 만만디로 기다리고 있다. 중국이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미얀마 군사정권은 중국의 서남공정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이 동아시아의 패자인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것 같다. 그래서 미국조차도 이제는 중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시대가 되었고 미얀마 사태에 뒷짐만 지고 있다. 세계는 다시 세력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었다. 해양세력은 미국과 영국, 일본을 중심으로 대륙 세력은 유럽과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으며 약소국들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현 시점에서 주변 열강들이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 이유도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의 균형이 깨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통일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에게 있어 엄청나게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중국에게 있어서 한반도는 순망치한의 관계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게 되듯이,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면 베이징은 국경을 마주하고 적을 대해야 하는 곤경에 빠진다. 북한은 지금의 중국에게 입술의 역할을 해준다. 그러나 당장의 통일 한반도가 중국의 입술 역할을 해줄지는 미지수이고,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중국의 힘은 미국에 비해 아직 상대적으로 약하다. 중국이 동북공정에 목을 매는 이유 역시 한반도가 자신들의 세력으로 들어오는 것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동북 3성의 영토와 북방민족을 입술로 만들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반면 미국에게 있어서도 통일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 사이의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 한반도는 분명히 미군의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개입할 여지가 줄어든다.

 

  중국의 직접적인 위협에 직면한 일본은 핵무장과 군사대국화 작업을 가속화할 것이고, 오히려 일본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절대 원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일본 역시 통일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력 하에 들어가면 곤경에 처한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정한론(征韓論)’을 펼친 근거 중 하나는 ‘한반도의 열도 위협론’이었다. 대륙에서 뻗어 나온 한반도라는 총부리가 중국의 방아쇠 당기기로 일본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물론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중국이 한반도를 거점삼아 일본을 압박하게 되면 일본의 위험 비용은 엄청나게 증대되게 된다. 미국과 너무 멀리 떨어진 일본이기에 군사력 증대의 압력에 시달리게 되고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게 될 것이다. 요컨데 통일 한반도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그 어떤 나라도 한반도 통일로 인한 득실을 계산해낼 수 없는 상황이기에 현재의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지금 정도의 역량으로는 통일 한반도의 독자적인 세력화를 이뤄낼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만약 가까운 시기에 통일이 이뤄진다면 한반도는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만일 급속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한반도가 결국 중국의 영향력 하에 들어가는 것으로 혼란이 매듭지어 질 것이다. 정서가 그렇고, 문화가 그렇고, 역사가 그렇다. 그리고 사실 지금으로서는 한반도를 죽기 살기로 지켜낼 나라도 중국밖에 없으니 말이다. 미국이나 일본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문명의 충돌'에서 그려진 헌팅턴의 한반도 분류는 이러한 현실적인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세계는 이제 경제 질서 보편화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수정은 가해지겠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큰 틀을 대체할 대안은 당분간, 아니 어쩌면 영원히 없을 것이다. 냉전의 시대가 아니니 해양세력도 대륙세력도 모두 자본주의의 세계에 살고 있다. 예전처럼 이념 전쟁의 시대가 아니고 다시 세력 전쟁의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단지 통일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금 돌아보고 정립해야 하는 이유이다.

 

  세계의 세력 구도 속에서의 우리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고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민족 스스로만의 통일과 자립을 고집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 대륙과 해양의 대립은 점점 첨예화 되어 갈 것이다. 우리에게도 선택이 강요되는 시점이 가까워오고 있다. 최근 일련의 반미감정, 반일감정 등은 한국인들의 대륙세력에 대한 동조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온 해양 세력과의 연대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아직은 우리에 대한 해양세력의 정치와 경제, 문화적 영향력이 더 크고 높기 때문이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한반도 내에서의 첫 번째 충돌은 무승부로 끝이 났다. 당분간은 무승부인 상태로 있어야 하지만 언젠가는 한반도 정세가 크게 변화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한반도 내에서 다시 충돌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런 일이 없도록 또는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우리 민족이 또 다시 피해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자신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역량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는 동아시아의 세력 중재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현재의 우리 역량을 돌아본다면 참으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혜를 모은다면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 2천년 역사 시대의 수많은 침략과 압박 속에서도 우리는 살아내지 않았는가? 세력 전쟁의 시대. 우리가 감수해야 할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나름의 독자적인 영향력을 갖추기 위해 대비할 때이다. 열강의 충돌 속에 다시금 힘없이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지혜를 모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끼리 싸우고 다투면서 소비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지금으로서 감당하기 힘들고 민감한 문제인 통일의 문제는 좀 접어두자.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1031286) 남과 북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되는 것이 급선무이다. 북한이 스스로 일어서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우리 역시 북한의 발전을 통해 우리의 기회를 늘려갈 수 있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결속이라는 향료를 찾아 북으로 걸어갔다. 대통령이 우리 민족에게 안겨주기 위해 귀항 길에 들고 올 선물 보따리를 뜨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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