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교회음악

가톨릭 성가 99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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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2-11 ㅣ No.2160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99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12월이 되면, 교회에서는 물론 거리에서, 카페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곳에서 성탄을 알리며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캐럴이 울려퍼집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고 즐겨 부르는 이 캐럴을 우리는 그저 ‘티롤 지방의 곡’ 정도로 알고 있지만, 이 곡이 만들어진 배경은 성가만큼이나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 속의 외딴 마을인 오베른 도르프에 ‘요셉 모르(Josef Mohr)’라는 신부님이 외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1818년 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 겨울날, 아랫마을의 한 처녀가 신부님에게 찾아와 “나무꾼의 아내가 아이를 낳았으니 축복해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신부님이 나무꾼의 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눈이 그친 밤하늘에 별이 초롱초롱 빛나고, 사내아이가 강보에 싸여 새록새록 잠들어 있었습니다. 세상의 축복을 다 받은 듯한 아이를 보며 모르 신부님은 예수님이 탄생하시던 때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당시 성 니콜라스 성당 보좌 신부였던 모르 신부님은 교회의 고장 난 오르간을 수리할 겨를도 없이 성탄 전야를 지내야 했습니다. 오르가니스트인 그루버가 이러한 상황을 걱정하자 “오르간은 걱정 말아요. 내가 크리스마스 노래 가사를 하나 썼으니, 2중창과 합창을 위한 한 곡을 붙여 주지 않겠소? 내 기타로 반주를 합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룻밤 사이 만들어진 이 곡은, 오르간 수리공을 통해 이름도 없는 산골 마을에서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교회로 퍼져나갔습니다. 130개의 언어와 193개의 버전으로 번역된 이 노래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세계인의 캐럴’, 바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입니다.

신부님의 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작곡했던 프란츠 사버 그루버(1787-1863)는 티롤 지방의 작은 마을인 아른스도르프(Arnsdorf)의 초등학교 음악 교사로, 마을 교회의 오르간 주자인 동시에 인근 오베른도르프(Oberndorf)에 있는 성 니콜라스 성당의 오르간 주자 겸 합창지휘자였습니다. 십여 편의 미사곡과 캐럴을 작곡했으며, 오스트리아의 성당에서는 지금도 그루버의 작품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부르며 모두가 알고 있는 이 곡은, 조용히 우리 곁에 오시고자 하신 아기예수님의 고요하고 거룩한 그 밤을 잘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3/4박자로 단순한 리듬과 멜로디의 이 곡은 ‘♩. ♪♩’라는 반복적 리듬을 사용하여 단순하지만 다양한 형식을 이루는 A(a+b)+B(c+c)+C(d+d')의 세 도막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아기 예수님의 탄생과 기쁨, 구원과 화해 그리고 사랑의 밤이라는, 즉 하느님의 구원역사가 이루어지는 거룩한 밤의 묘사를 가사 안에 모두 담고 있으면서도 어린아이의 탄생으로 말미암은 평화를 보여줍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춥고 외로운 밤, 따뜻하고 평안한 요람이 아닌 말구유에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기 위해 오신 밤, 구유 안에 태어나신 아기예수님께 깊은 경배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나의 일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봐야겠습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나의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이 밤은 더 이상 춥고 외로운 밤이 아닌,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기쁨의 밤이 될 것입니다.

[길잡이, 2014년 12월호, 김우선 마리 휠리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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