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태풍 "매미"

인쇄

김종환 [kcwat] 쪽지 캡슐

2003-09-23 ㅣ No.10886

태풍 "매미"

 

태풍 "매미" 가 할퀴고 지나간 곳곳에 통곡하여 흘린 분홍빛 핏자국이 뚝...뚝...뚝 떨어진다

절망과 한숨과 기막힘을 남기고 6시간 반동안 한반도를 스치고 지나간 태풍 "매미"는 태평양 어딘가 에서 뒤돌아보며 웃음 짓고 있는가!

 

유난히 비가  많았던 올 여름 이제나저제나 하고 가을햇볕을 애타게 기다리고있던 고개 숙인 벼이삭들은 물에 잠겨 농부들의 희망을 앗아가고 허망히 하늘만 바라본다.

누구를 원망할 것이며, 누구에게 한탄할 것인가......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어 다시 살아갈 기운을 차려야할지 막막해하는

가슴 텅빈 사람들......

 

한숨이 나온다...........눈물이 나온다.............   

희뿌연 절망이 안개처럼 짓누르고 주름진 얼굴들

위로 소리 없이 눈물이 흐른다.

소중히 가꾸어왔던 모든 것 손에서 떠나가고

이제 무엇으로 살아들 갈 것인지.........

 

북한이 내놓은 태풍의 이름들중 "매미"가 채택되어 이번 태풍에 "매미가 이름지어 졌단다.

한여름 잠깐 죽어라 노래하는 매미 그래서 더 센바람과 비를 가져왔는가!

누가 저들을 위로하며 누가 저들의 아픔을 대신할 수 있을지........

 

아름드리 나무들이 통채로 뽑히고 전봇대들이 넘어지고

부둣가에 떠다니던 통나무들마저 육지를 넘어와 집들을 부수고...........

통신도 전기도 물도 없이 며칠을 암흑 속에서 공포에 떨었어야 했을 사람들

채 5분도 되지 않은 시간동안 건물 3층까지 바닷물이 들이닥쳐

피신할 시간도 없이 고스란히 물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사람들......

피를 토하며 통곡한들 시원하리.........

 

한 마을이 몽땅 물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리저리 헤엄쳐 살아보리라 안간힘을 쓰는 돼지들도 맥없이 죽어가고....

허리까지 차는 물 속에 망연히 서있는 농장 주인은 할말을 잊었다.

내일 모래면 상품이 되었을 과일들이 세찬 바람에 못 이겨 두두둑 떨어지는것을  바라보며 다시 메달지못하는 농부들은 안타까움에 한숨이 길다.

 

쓰레기와 물로 뒤범벅이 된 집들을 치우고 닦으며 흙탕물에 몇번이고

옷을 헹구어 내는 그들의 손은 아무런 느낌이 없는 듯하다.

꿀꺽 목젖까지 삼키는 설움을 꺼억......하고  넘기는 등뒤로

아픔이 비되어 내린다.



1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