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고도를 기다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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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바오로가 열연했었던 그 공연을 기리며...^^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사뮈엘 베케트)
나이가 제법 들어가면서 매일의 생활 속에서
인정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기다림이라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보다 더 필요한 건
어쩌면 기다림이라는 것.
세상에는 절실하게 바란다 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도
기다림을 통해서 알았지요.
한때는 기다림에 끝이 있는 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다림이라는 건 하나가 지나가면
또 하나가 오나 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제게 “삶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온다면
“기다림”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어릴 적 시간 약속에 무뎠던 저는
친구들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기가 일쑤였는데,
지금은 거꾸로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오히려 여유와 기대를 갖게 된다는 걸 느끼곤 합니다.
짜증나고 지루한 현실이야 어찌 됐든
좋은 상상을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잠깐 멈춤’이나 ‘쉼’이라는 표지판이
되어 주기도 하구요.
당신, “사랑해요”라는 말보다 “기다릴게요”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 * *
블라디미르 불행히도 인간으로 태어난 바에야
이번 한 번만이라도 의젓하게
인간이란 종족의 대표가 돼보자는 거다.
네 생각은 어떠냐? (에스트라공, 아무 대꾸가 없다.)
하기야 팔짱을 끼고 가부를 이모저모 따져보는 것도
우리 인간 조건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
호랑이는 아무 생각 안하고 제 동족을 구하러
뛰어들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깊은 숲 속으로
달아나버리기도 하지.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게 아니야.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가를
따져보는 거란 말이다.
우린 다행히도 그걸 알고 있거든.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지.
그건 고도가 오기를 우린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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