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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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규 [anttonio] 쪽지 캡슐

2001-08-25 ㅣ No.7235

몇해전 바오로가 열연했었던

그 공연을 기리며...^^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사뮈엘 베케트)

 

나이가 제법 들어가면서 매일의 생활 속에서

 

인정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기다림이라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보다 더 필요한 건

 

어쩌면 기다림이라는 것.

 

세상에는 절실하게 바란다 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도

 

기다림을 통해서 알았지요.

 

한때는 기다림에 끝이 있는 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다림이라는 건 하나가 지나가면

 

또 하나가 오나 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제게 “삶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온다면

 

“기다림”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어릴 적 시간 약속에 무뎠던 저는

 

친구들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기가 일쑤였는데,

 

지금은 거꾸로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오히려 여유와 기대를 갖게 된다는 걸 느끼곤 합니다.

 

짜증나고 지루한 현실이야 어찌 됐든

 

좋은 상상을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잠깐 멈춤’이나 ‘쉼’이라는 표지판이

 

되어 주기도 하구요.

 

당신, “사랑해요”라는 말보다 “기다릴게요”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 * *

 

블라디미르 불행히도 인간으로 태어난 바에야

 

이번 한 번만이라도 의젓하게

 

인간이란 종족의 대표가 돼보자는 거다.

 

네 생각은 어떠냐? (에스트라공, 아무 대꾸가 없다.)

 

하기야 팔짱을 끼고 가부를 이모저모 따져보는 것도

 

우리 인간 조건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

 

호랑이는 아무 생각 안하고 제 동족을 구하러

 

뛰어들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깊은 숲 속으로

 

달아나버리기도 하지.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게 아니야.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가를

 

따져보는 거란 말이다.

 

우린 다행히도 그걸 알고 있거든.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지.

 

그건 고도가 오기를 우린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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