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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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8-19 ㅣ No.5503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23/09/07

 

신학생 시절에 매일 미사를 드리고, 저녁에 하루 양심성찰도 하고, 끝기도까지 다 하고 자는데, 매일 아침 미사에, “…… 과연 생각과 말과 행위로 많은 죄를 지었나이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라고 고백의 기도를 바치면서, ‘내가 무슨 그렇게 많은 죄를 지었기에 매일 아침 죄를 고백하고 뉘우쳐야 하나?’ 하는 어설픈 생각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죄를 뉘우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지만, 주님 앞에 선 우리의 모습과 자세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베드로와 동료들은 그야말로 갈릴리 호수의 겐네사렛 호숫가의 고기잡이 달인입니다. 그런데도 그날은 밤새 이리저리 포인트를 바꿔가며 이렇게 저렇게 수고를 다했지만 유난히 한 마리도 못 잡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배를 가운데 대개 하시고 군중에게 말씀을 하신 후에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 5,4) 라고 명하십니다.

 

베드로는 내가 이 지방 달인인데 나도 한 마리 못잡은 날 저기 가서 고기를 잡으라고?’ 하고 속으로 불평불만을 털어놓았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날은 한 마리도 못 잡아서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예수님이 하신 말씀대로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또는 예수님이 잡으라고 한 그곳이 마지막까지 한 번 더 해보았으면 했던 곳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베드로는 나가서 고기를 잡습니다. 그런데 정작 예기치 못했던 대로 심지어는 동료들이 와서 도와주어야 할 정도로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고 돌아옵니다.

 

그렇게 많은 고기를 잡고 돌아온 베드로가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8) 베드로의 이 고백은 자신이 지은 죄가 많으니 정말로 자기에게 벌을 주고 자기에게서 떠나 달라는 청원이라기보다는, 거룩하고 엄위하신 주님이 일으키신 경이로운 일 앞에 겸손되이 엎드려 자신을 받아달라는 마음속의 외적인 역설적 표현이라고 봅니다. 이젠 스승님이 아니라 주님으로 모실 만한 분 앞에 엎드려, 마음속으로는 간절히 주님을 붙잡고 모시고 싶지만 자신은 감히 그에 비할 때가 없으니 자신을 불쌍히 여기시어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적극적인 표현으로 보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베드로에게, ‘그래, 이 오만불손한 놈아! 이제 내게서 떠나 벌을 받아라.’고 하시지 않고,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10) 라고 명하십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이사 가시는 분도 많고, 다 종교를 가지고 있어서, 새삼 예비신자로 모셔 올 분조차 없습니다.’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내가 만나는 분들께 감히 내 삶의 모범으로는 주님을 온전히 다 드러내 보여줄 정도로 증거할 수 없지만, 주 예수님께서 내게 베풀어 주신 경이로운 삶의 축복을 기억하고 되새기며, 이미 우리가 안내하도록 주님께서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 분들에게 가서, 주님을 뵈올 수 있도록 주님께 인도하기로 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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