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3. 20.(일)
성지가지를 높이 들어 예수님을 맞았다. 사제의 신앙을 호소하시는 강론이 비통하시다. 거룩한 삶이 턱없이 부족한 나를 두고 하시는 말씀이시다.
‘그렇구나. 궂은비로, 높새바람으로 살아왔구나!’
가만히 생각한다. 내가 궂은비로 살았음이야 진즉에 익히 알았지만, 높새바람 됨을 처음 깨달았다. 높새바람이란 남의 윤택한 수분까지 훔쳐서 달아나는 바람이 아니던가. 내가 복음을 전한다고 교만으로 스치고 머무는 곳에서 오히려 고운 꽃도 시들도록 살아온 길이 아니었던가. 내 자존을 모두 땅에 묻어 바보가 되어서, 그리스도의 부활을 모방하는 수밖에 없겠다.
굳게 결심해 본다. 이 부활절 이후로 내가 이르는 데에서, 때맞춰 내리는 단비(時雨)가 되어야 하겠다. 결심이 얼마나 가랴마는 을유생이 닭의 울음소리에 실어 베드로의 실수를 거듭하지 는 말아야지 하면서, 또 한 번의 결심을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