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인간의 배은망덕과 하느님의 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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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5-10-04 ㅣ No.477

 

제1독서 이사 4,17

제2독서 필립 4,6-9

복음     마태 21,33-43

 

인간의 배은망덕과 하느님의 인내

 

  어떤 어머니가 어린 아들에게 심부름 시킬 때마다 돈 백 원씩을 주었습니다. 수고비 덕분에 아이는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고 잘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니는 어린 아이가 너무 돈 맛을 들일까 염려가 되어서 한 동안 심부름을 시키고도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아들은 어머니에게 쪽지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거기에는 그 동안에 한 심부름 내역과 수고비를 합산한 것이 적혀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서 잠시 후에 역시 쪽지 하나를 주었습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열 달 동안 너를 내 뱃속에서 기르고 낳느라고 고생한 수고비, 너를 키우면서 젖먹이고, 기저귀 갈아 준 수고비, 네가 아팠을 때 밤잠 못자고 마음 졸이고 간호해준 수고비, 그것이 얼마나 될까?’

 

  인간은 너무도 자주 자신이 받은 은덕을 잊어버립니다. 구약성서에 나타난 이스라엘 백성도 하느님이 베풀어주신 많은 은혜를 잊고 불충과 배반을 거듭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들이 저지른 배은망덕을 일깨워주고자 하십니다. 포도원은 구약성서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즐겨 가리키는 상징이며, 포도원 주인은 하느님을 지칭합니다(제1독서). 하느님은 온갖 정성을 들여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포도원을 가꾸셨습니다. 그리고 포도원을 소작인들에게 임대하셨는데,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들, 즉 이 비유를 듣는 대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과 같은 사람들을 말합니다. 주인의 명령으로 도조를 받으러간 종들은 하느님이 당신 백성에게 보내셨던 예언자들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예언자들을 박해하고 죽이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하느님은 당신 백성의 크나큰 불충에 대해 다시 한 번 크나큰 인내로 대하십니다. 하나뿐인 당신 아들을 그들에게 보내신 것입니다. 하지만 비유에 나타난 소작인들은 주인의 외아들마저 죽여 버리고, 그 결과로 도조를 제때에 바칠 충직한 소작인들에게 포도원을 빼앗기게 됩니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통해서 당신을 배척할 때 이스라엘 백성은 악한 소작인들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경고해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결국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을 선택하고 돌보시는 하느님을 거듭 배반하다가 마침내 그분의 외아들마저 배척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당신의 구원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내친 당신의 외아들을 부활시켜서 새로운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머릿돌로 삼으신 것입니다. 교회는 과거의 이스라엘처럼 배은망덕한 백성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은총의 하느님께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제2독서), 그분께 대한 굳건한 신뢰를 갖고 간구하면서 그분의 평화 속에 머무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10월 첫째 주일은 군인주일이기도 합니다. 국가 방위를 위해 애쓰는 군인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저도 군 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쉽지 않은 생활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좋은 점도 있습니다. 고생을 하면서 부모님의 은혜와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 젊은이들이 군생활을 하면서 그런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고생과 어려움을 통해서 하느님의 은혜를 깊이 인식하였으면 합니다. 모세의 영도하에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하느님을 아주 가깝게 체험하였고, 그러면서 그분께 신뢰하는 법을 배웠듯이 우리 젊은 이들이 인생의 광야 중의 하나인 군생활을 거치면서 그들과 동행하시는 하느님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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