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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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3-16 ㅣ No.825

사순 제5주일(가해. 2002. 3. 17)

                                             제1독서 : 에제 37, 12b∼14

                                             제2독서 : 로마 8, 8 ∼ 11

                                             복   음 : 요한 11, 1 ∼ 45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봄이라는 생각보다는 초여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한 날씨입니다.

  "스승 하리리는 자신의 생애 매 순간 순간마다 혼신을 다해 열정적으로 투신해 살아왔습니다.  권력의 독재정치를 공공연히 비난하다가 체포되어 사형을 언도 받는 위험을 자초하기도 했고, 제자들과 함께 전염병이 번진 마을을 찾아가 환자 돌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체험 탓인지 하리리의 철학 중 하나가 바로 ’성인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였습니다.  하리리의 그런 행동은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었지만 얼핏 생각해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그런 스승의 행동을 안타깝게 여긴 한 제자가 ’스승님, 스승님도 사람입니다.  사람이 뻔한 위험 앞에 그처럼 하나뿐인 목숨을 간단히 내던지는 까닭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하리리는 껄껄껄 웃으면서 ’사람들이 날이 밝으면 자신이 밤새 태운 촛불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 까닭은 무엇이냐?’라고 되묻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밤새 태운 촛불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 까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죽음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사실은 많은 이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살아갑니다.  죽음이 저 멀리 나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나와 나의 주변에서는 안 일어날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우리는 아무 힘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막상 닥치면 두려워하고, 실망하고, 자신의 삶에 덧없음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옛 어른들은 항상 죽음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느 때라도 죽음이 다가오면 당당하게 맞이하였습니다.  그분들은 삶에 충실함으로 죽음을 준비합니다.  자신들이 삶에 충실해서 얻게 된 것은 자신의 것으로 만족하고 창고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나누어주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자신의 것을 내어놓음으로 써 살아가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바빌론으로 귀양간 이스라엘 백성들이 해방되어 돌아와 이스라엘을 재건하리라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이 희망의 메시지는 마치 죽은 이들을 무덤에서 끌어올려 다시 소생하게 하는 부활의 기쁨과도 같은 것입니다.  아마 이스라엘 백성의 기쁨은 사랑하는 이가 병으로든 아님 다른 그 무엇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절망 속에서 슬퍼하고 있었는데 그 사랑하는 이가 다시 같이 살수 있다는 희망을 얻은 이들의 기쁨과 같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사랑하던 한 사람을 살리십니다.  "주님,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이가 앓고 있습니다."라는 전갈에 바로 가서 고쳐 주시지 않고 더 머무르시다가 이틀이 지난 뒤에야 그 곳으로 가십니다.  "주님, 그가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서 벌써 냄새가 납니다."라고 말하는 마르타에게 "네가 믿기만 하면 하느님의 영광을 보게 되리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하시며 "라자로야, 나오너라"라고 큰 소리로 외치시자 죽었던 사람이 밖으로 나왔는데 손발은 베로 묶여 있었고 얼굴은 수건으로 감겨 있었다고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라자로의 죽음과 부활은 곧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고, 우리 모두의 죽음과 부활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바로 연결 되어있음을 오늘 복음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부활에 대한 희망입니다.

  귀양간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부활은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 재건하는 것이며, 사랑하는 라자로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는 이들에게 라자로의 부활이 기쁨이며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합니다.  예수님를 믿고 있는 우리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버리고 부활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죽어야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면 이긴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죽어야 부활의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죽음은 무엇이겠습니까?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버린다는 것은 나눈다는 것입니다.  아까운 것일수록 나눌 때 그것이 나의 품속에서 죽어 있었지만 필요한 이에게서는 살아난 것처럼 유용하게 사용되는 기쁨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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