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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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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4-05-13 ㅣ No.554

 

이름도 모르는 어느 한적한 마을에

 

세상 속 묻은 때 다아 벗어버리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첫 모습으로

 

그렇게 살다 오고 싶다

 

 

비가 오면 둑길을 거닐어 보고

 

꿋꿋하게 버티는 삶의 저항을 배우고

 

바람이 불면 언덕위로 올라

 

끄덕하지 않는 삶의 도전도 배우고

 

구수한 사투리와 검게 탄 얼굴을 보며

 

힘들게 살아온 지난날을 파헤쳐

 

정겨운 입담 속에 다아 흘려 버리고 싶다

 

 

여유가 무엇인지 모르고 얻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빼앗으려고 서로들 발버둥치고

 

발이 있어도 옳은 길로 가지 못하고

 

손이 있어도 사랑으로 안지 못하는

 

그런 인간 세상이 서글프다

 

 

이제는 하늘을 보며 무작정 기다리지 않는

 

삶의 모질고 끈질긴 인내심도 누구처럼 배우고 싶다

 

내가 누군지 굳이 밝히지 않아도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

 

넉넉한 인심과 때묻지 않은

 

그런 사람들 틈에서 며칠을 살다가

 

내가 사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

 

 

                    김정한시집 /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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