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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1999-07-18 ㅣ No.815

오늘은 제가

이곳에 글을 많이 올리는 군요...

그래도 의미 있는 글을 많이 올려야 하는데...

어떨른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조금 의미 있다 생각이 되어서

늦은 시간이지만 퍼온글 올려 봅니다.

 

제목 : <포럼>신창원과 임창렬-김준호(고려대)

          문화일보 (7. 17)

 

 

      신창원이 드디어 잡혔다. 지난 3년 가까이 전국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경찰

     을 망신시켰으며,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신창원이 순천에서 검거되었다

     는 뉴스가 텔레비전 저녁뉴스 톱을 장식했다. 그 다음 뉴스는 임창렬 경기

     지사가 거의 같은 시각에 구속 수감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적어도 언론의 시

     각으로 보아서는 신씨 검거가 임씨 구속보다는 뉴스로서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뇌물비리에 절도범 비교안돼

      현대 범죄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서덜랜드는 미국 사회학회장 취임 논

     문에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일갈을 하였다.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하얀 셔츠를 입고 일하는 사람들의 범죄(화이트칼라 범죄)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은 청색 진 바지를 입은 하류층의 범죄(블루 칼라 범죄)보다 훨씬 심

     각하다는 것이다.

      

       범죄 액수도 화이트칼라 범죄가 블루칼라범죄보다 천문학적으로 더 크다는

      사실의 하나로, 미국 시카고시의 한 백화점 임원이 횡령한 금액이 같은해

     시카고시에서 발생한 전체 절도액수를 합한 것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사실 신창원이 지금까지 훔친 금품이 임씨 부부가 수뢰한 돈보다 더 많은지

      적은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신창원과 같은 도둑들이 훔친 금액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정경유착을 비롯한 부정부패와 관련된 검은돈에 비해서는 ‘

     껌값’도 되지 않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세풍사건만 해도 거의 2백억

     원이 되며,두 전직 대통령의 뇌물수수 액수는 알려진 것만 해도 몇 천억원

     이 되지 않는가. 이러한 양적인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회의 도덕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점이다. 신창원은 전문 절도범이다. 도둑놈이 도둑질하

     는 것은 역설적인 말이지만 놀랄일이 아니다.

 

       그러나 임씨는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이다. 좋은 학벌에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주무른 최고의 경제

     관료이며, 그 덕에 정치가로 변신하여 경기지사가 된 촉망받던 정치가이다.

 

      구조조정을 누구보다 부르짖던 사람이고, 퇴출돼야 될 기업은 퇴출돼야 나

     라가 산다고 떠들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검은돈을 챙겼다. 더구나 주혜

     란씨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챙겼다니 지사 부인이 지사보다 더 실세란 말

     인가.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엄청난 사건에 우리 국민은 별로 놀라지 않는

     다는 점이다.

      

      이번 임창렬씨 사건만 해도 부부가 같이 관련되었다는 점과 임창렬이라는

     이름 때문에 조금 의외라고 생각은 해도, 정치가들이 검은돈을 챙기는 것에

      놀라는 국민은 없다. 깃털밖에 안되는 사람이 해먹은 돈이 수십억, 수백억

     원이고 대통령이 해먹은 돈이 수천억원인 세상에서 지사 부부가 5억 정도

     챙긴 것에 놀랄 국민은 없다. 우리에게는 직업 절도범이 절도하는 것보다

     정치가들이 검은돈을 챙기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신창원의 도주가 2년반 이상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경찰의

     무능과 더불어 쉽게 동거녀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신

     창원이 붙잡힌 것을 아쉬워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신창원

     같은 좀도둑을 홍길동과 같은 의적은 아니더라도 대도로 취급한 이유는 무

     엇인가. 신창원이 부잣집을 털었다는 사실과 신창원 나름대로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를 주장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일개 도둑이

     비판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그 비판이 상당히 많은 사람한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한, 언론도 탈주한 도둑이 잡힌 것을 촉망받던 정치인이 검은돈으

     로 구속된 것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게 되고, 그 결과 국민들은 또 다시 정

     치인들이 검은돈을 받아 챙기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며, 1주일도

     안되어 불감증과 건망증에 빠지게 만든다.

     

       부정부패 익숙한 불감증사회

      신창원을 검거하기 위해 동원된 경찰의 연인원은 수만명일 것이다. 신창원

     을 잡기 위해 검문검색 방법도 바뀌었고, 신창원사건 이후 경찰이 범인 검

     거에 총기를 자주 사용했었다. 범국가적으로 신창원을 검거하려고 난리를

     쳤으며, 탈주한 좀도둑 하나 잡은 것을 놓고 경찰은 경찰대로, 언론은 언론

     대로 호들갑을 떨고 있으며, 신창원보다 더 흉악한 검은돈을 챙긴 사람들의

      명단이 ‘××리스트’라는 형태로 수없이 나돌고 있다는데, 왜 이들을 잡

     아들이는 데는 경찰과 검찰, 심지어는 언론도 침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큰 도둑이 판을 치고 있는 한 조그만 도둑이 없어지지 않는다. 윗물이 맑

     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것이다. 적어도 살인강도와 도둑질을 직업으로 하

     는 잡범이 함부로 비판할 수 있는 사회는 되지 말아야 진정한 의미에서 IMF

     를 극복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김준호·고려대 사회학 교수>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서 퍼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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